피해자와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심신미약 감형 판례 10
세상이 변했다. 끔찍한 사고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가해자들은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인해 감형을 선고받고 있다. 심신미약이란 사물이나 의사를 분간,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해서 우리나라 형법 제10조 2항에 의해 처벌이 감경되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심신미약 감형 판례를 알아보자.
2008년 당시 8살이던 초등학생을 납치하고 강간,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 아동은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소실되는 상해와 장애를 얻게 됐다. 술에 취하면 정상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본인의 성향을 알면서도 술을 마시고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일을 저지른 조두순에게 감형을 선고해 징역 12년을 받았다. 술을 마시고 저지른 성폭력 범죄, 게다가 아동에 대한 강간 상해가 감형된다는 점 자체가 국민의 분노와 울분을 사게 만들었다.
2016년 8월 엄마와 아들이 20대 친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 전 신병을 앓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던 엄마는 이날 아침 기르던 애완견이 으르렁거리자 악귀가 씌었다며 먼저 흉기로 잔인하게 죽였다. 이후 여동생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죽은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옮겨 간 것으로 생각하고 친딸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 이후 머리와 몸을 분리하는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였다. 심리평가를 통해 나타난 엄마의 지각 추론 능력과 통합 사고능력은 매우 낮은 편으로 범행 무렵 당시에도 행동 통제 능력과 판단력이 손상됐을 것이라고 추론하여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6년 5월 강남역 한 상가의 화장실에서 묻지 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평소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의자는 일면식이 전혀 없는 여성을 잔인하게 살인함으로써 이성 혐오에 대한 후유증을 우리 사회에 남겼다. 여성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안타깝게 희생된 피해자를 추모하는 물결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 쪽지와 꽃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라는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피의자는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 조현병 증상을 갖고 있어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면서 무기징역에서 30년형을 선고했다.
2014년 12월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10대 후반의 발달장애인 남학생이 2살 아이를 3층 건물의 난간에서 던져서 살해했다. 심지어 아이 엄마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아이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대법원에서는 인지와 정신 기능의 장애 및 자폐증적 경향이 나타나는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피의자는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심신상실로 인해 무죄를 받았다.
2017년 9월 자신의 원룸에서 동거 중인 여자친구의 배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기소됐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전날 밤 함께 술을 마시고 일어나 보니 여자친구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동영상까지 보여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는데 당시 동영상에서는 여자친구 배 부위에 전혀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장간막 파열이었고 2016년 10월부터 2017년 8월 말까지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신고 기록이 확인되면서 재판에 넘겨졌지만 오래전부터 조현병 치료를 받아왔고 당시에도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며 징역 4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2017년 6월 아버지에게 혼이 나서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주차된 13대의 차를 긁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던 아들은 같은 해 7월 자신의 책이 없어진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아버지의 머리를 걷어차 실신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파트 현관 밖 복도로 끌어낸 뒤 문을 잠갔는데 그 광경을 보던 할머니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할머니마저 잡아당겨 넘어뜨린 후 얼굴을 10여 차례 걷어찼다. 짧은 시간에 나타난 폭력적인 모습 때문에 정신감정을 의뢰했는데 조현병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 2011년 12월부터 피해망상 증상을 보여 입원과 통원치료를 했다고 하는 조현병 환자인 아들에게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자백을 했으며 아버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과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2016년 7월 같은 노숙인 쉼터에서 알게 된 남성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어 벽돌로 여러 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은 감형을 해서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술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판단력이 흐려져 음주 감형이 적용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런 음주 감형에 의해 더 억울한 것은 피해자뿐이다. 조두순 사건 이후로도 사라지지 않는 음주 감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명문대 입학을 앞두고 있던 20대 남성이 마약 환각 상태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열흘 전 친구가 준 LSD를 투약했는데 이 마약은 환각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각이나 우울, 불안, 판단 장애 등이 나타나는데 복용 직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지속성 지각장애가 올 수 있다고 한다. 복용 이후 열흘간 적절한 치료 없이 그대로 방치됐었고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국 재판부에서는 마약 투약 혐의만 인정하고 마약 급성 중독에 따른 심신 상실 주장을 받아들여 어머니와 이모 살인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벌였던 유명한 세 모자 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015년 6월 수년간 이 씨 자신과 두 아들이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성폭행했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시작됐고 충격적인 사실에 사람들은 격분했다. 하지만 인터뷰 후 꺼지지 않았던 카메라에 세 모자의 의심스러운 대화가 녹화됐고 그 어떤 곳에서도 성폭행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배후에는 이 씨가 따르던 무속인 김 씨가 있었다. 이 씨 부부와 시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김 씨는 이 씨와 세 모자를 조종했다. 이 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김 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징역 3년 선고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평소 직장 동료였던 두 남녀는 2011년 초 술자리에서 우연하게 만나 합석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모텔로 향했는데 여성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경찰 조사 당시 남성은 자신은 성관계를 거부했으나 여성이 계속 요구했으며 항문에 손을 넣어달라고 했던 것도 여성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질과 항문에 팔을 넣어 학대에 가까운 성행위를 했지만 법원에서는 강제 추행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므로 감형을 선고한다며 4년 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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