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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Jul 01. 2020

지금은 복고 열풍! 새로운 소비 트렌드 '뉴트로'

뉴트로 현상이 소비 트렌드?뉴트로 열풍을 들여다보다!

  


단순하고 깔끔한 현대적인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이리도 홀대받았던 시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옛 감성’이 각광받고 있다. 마치 tvN <응답하라>시리즈나 영화 <써니>에서나 볼법한 물건들에 대한 그리움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듯하다. 그렇다고 수시로 생기고 사라졌던 기존의 복고 열풍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이에 시대에 발맞춰 패션이나 가전기기뿐 아니라 꼬맹이일 때 골목 문방구에서 즐겨 먹었던 식품들 포장까지 옛것을 표방하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촌스러움'이 대세가 될 수 있는 시대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복고 열풍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었던 하나의 트렌드다. 2007년 가요계를 강타한 원더걸스의 첫 번째 정규 음반의 타이틀곡인 ‘Tell Me’가 그랬다. 한때 80년대 디스코 팝을 트렌디한 느낌으로 재현한 이 곡을 두고 ‘텔미 신드롬’, ‘텔미 열풍’이라 불릴 만큼 그 인기가 대단했다. 인터넷에는 온통 ‘텔미’를 따라 추는 사람들의 동영상으로 넘쳐났다. 복고풍은 10대에게 신선함, 30~40대에게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평을 받으며 가요계 복고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 됐다.


다시 ‘옛 것’을 환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옛날에 유행했으나 한동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보이지 않던 제품의 모양을 띤 상품들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대를 경험한 4,50대보다 1,20대에게 더 환호받는 중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뉴트로 현상’이라 한다.


뉴트로(New-tro)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의미를 지닌 레트로(Retro)가 합성된 말이다. 뉴트로 현상은 '레트로'를 뛰어넘어 경험해보지 못한 옛 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레트로’는 경험했던 ‘옛 것’에서 그리움을 느낀 것이라면 ‘뉴트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옛 것’을 통해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시대의 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한 1020세대인 젊은 층이라는 점이 그 근거다.

뉴트로에 힘입어 출시된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


이 뉴트로 열풍을 이끄는 젊은 주역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다양성을 추구하고, 옛 영화와 음악 등을 비교적 쉽게 접하면서 옛것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기업들도 가세해 뉴트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뉴트로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는 바로 ‘휠라(FILA)’다. 나이 든 사람들이 입는다는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10대가 가장 많이 찾는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휠라는 기존에 없던 참신한 디자인을 생산하기보다 1020세대를 겨냥한 ‘뉴트로’에 집중했다.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빅로고 디자인과 알록달록한 색감, 오버사이즈 셔츠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옛날에 유행했던 디자인 감성으로 제작된 상품이지만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트렌디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촌스러운 패션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던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카고팬츠’나 자루처럼 넉넉한 품이 특징인 ‘배기팬츠’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인 무신사는 이들의 최근 3개월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뿐만이 아니다. 놀이동산인 롯데월드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콘셉트로 전차와 인력거, 음반점, 양장점 등 옛 거리처럼 놀이동산을 꾸며 타임슬립을 경험할 수 있는 축제를 펼치고 있다. 특히 꽃무늬 원피스나 한복 등을 입고 오면 할인 혜택을 주는 행사를 하면서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식품업계도 장악한 뉴트로


여러 업계에서 뉴트로 현상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뉴트로를 접목한 분야는 식품업계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식품들이 예전 디자인을 차용한 포장을 사용하거나 아예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심은 1982년 출시해 1991년까지 판매한 ‘해피라면’을 재출시하여 한  달도 안 돼서 800만 개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1980년대 사용했던 삼양식품 로고와 서체를 그대로 재현한 옛 디자인으로 ‘별뽀빠이’를 한정판으로 출시하며 인기를 모았다.


10대는 물론, 20대 후반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우카빵’과 ‘떡방아빵’이 재출시되기도 했다. 1984년 출시한 우카빵은 빵 속에 우유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제품이고, 떡방아빵은 1989년 출시했던 제품으로, 빵 안에 찹쌀떡이 통째로 있다. 옛 감성을 살린 이 2개의 빵은 추억을 선사함과 동시에 과거의 제품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1989년 델몬트 오렌지주스 TV 광고에서 ‘따봉’이라 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을 바탕으로, 편의점 CU와 롯데칠성음료는 ‘따봉 제주감귤’을 출시했다. 출시 9개월 만에 약 170만 캔이 판매되면서 성공적인 판매기록을 올렸다.


뉴트로현상을 식품 포장 디자인 등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굿즈’로도 활용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겨냥한 '레트로컵'을 출시했다. 옛 감성이 그대로 담긴 컵을 출시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식당 자체를 레트로 풍으로 꾸며 뉴트로 감성을 담아낸 곳도 있다. 전통 기와집을 개조해서 만든 베이커리 카페인 ‘프릳츠커피컴퍼니’는 레트로풍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빈티지 소품을 활용했다. 어렸을 적 분식집에서 많이 사용했던 초록색 바탕에 흰 점이 박힌 접시에 음식을 담아 인기를 끌고 있는 ‘도산분식’도 이러한 맥락을 같이 한다.

뉴트로를 소비하는 이유


모바일 게임이 대세를 이루며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 한 채 종적을 감추나 했던 콘솔 게임도 프로그램과 콘솔 디자인은 최대한 재현하고, 현대 기술을 더하면서 다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웬만한 디지털카메라보다 낫다는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에, 찍자마자 얼굴까지 보정해주는 앱을 사용하는 시대에서 필름카메라를 재현한 앱이 등장하기도 했다. 필름카메라처럼 찍을 수 있는 사진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고, 다 촬영한 후에도 3일을 기다려서 볼 수 있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 앱은 뉴트로 트렌드에 알맞은 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CGV는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와 협업하여 한정 이벤트로 20kg 밀가루 포대 팝콘을 판매했다. 1,000개 한정으로 진행되어 SNS에 화제를 몰며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데 오히려 현대인에게 사랑받는 아이러니. 빠르게, 많이, 고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 과거로 돌아간 듯한 뉴트로 현상은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본래 복고의 유행은 경기가 안 좋을 때 종종 발생하는 트렌드다. 과거가 미화되면서 ‘그땐 그랬는데’하며 아름답게 회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어나기도 전인 그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할 수 없는 젊은 층이 복고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좀 색다른 부분이다. 2019년 트렌드를 분석한 책, <2019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뉴트로 제품들 안에는 당시의 문화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감성을 그저 그런대로 따라 하기만 한다면 트렌드에 발맞춰 나아갈 수 없다. 뉴트로라는 트렌드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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