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 Jul 09. 2020

매달 50만 원씩 용돈 달라는 남편

용돈 50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남편 , 싫다고 하면 속 좁은 건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봉착하는 난관이 있다. 바로 경제권 문제. 아내가 경제권을 쥘 것인지, 남편이 쥘 것인지 혹은 각자 경제권을 나눠 갖고 살림을 해나갈 것인지 등 끝없는 토의 끝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전국 4,884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한 ‘2016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 중 누가 경제권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아내가 관리하고 남편에게 용돈을 준다’는 비율이 ‘남편이 관리하고 아내에게 용돈을 준다’는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부부들이 돈 관리 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도 부부 사이 용돈 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30대인 A씨 부부는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맞벌이 가정으로, 남편은 세후 280만 원을 벌고, 그녀는 남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아직 아파트 대출도 남아있고, 업무상 둘 다 차가 필요해서 다달이 나가는 돈이 은근 많은 상황이다.


남편은 원래 따로 용돈 개념 없이 A씨 명의의 카드를 쓰고 있었고, 남편의 지출과 이것저것 생활비까지 월 카드값이 평균 100만 원 정도 나왔다. 이외에도 부족한 부분은 다른 A씨 명의의 카드로 해결했다. 생활비나 용돈은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는 편이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출 내역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이처럼 사용한 돈을 서로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부부는 돈 관리를 잘하고 있는 듯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남편은 처음에 치킨 한 마리를 사도 그녀에게 하나하나 허락 받았다. A씨는 ‘그런 적은 금액은 허락받지 않고 그냥 사도 된다’고 몇 차례나 얘기했으나 남편의 연봉보다 그녀의 연봉이 더 높아서 그런지 그는 매번 A씨의 눈치를 봤다.  


사소한 물건 사는 것까지 허락받는 그의 행동으로 조금 지쳐가던 차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남편이 갑자기 더는 눈치 보며 물건 사기 싫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물건을 살 때마다 A씨를 설득하는 과정 없이 마음 편히 쓸 수 있도록 용돈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남편에게 눈치 준 적이 없다고 생각한 A씨는 억울했지만, 그의 성화에 매달 현금 50만 원씩 주기로 합의 봤다. 차 주유비, 통신비, 밥값은 여전히 A씨 명의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주식 투자, 명품 시계 구매 자금, 헬스, 스포츠 용품 비용 등에 쓸 돈은 현금 50만 원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A씨는 투명하게 내역이 공개되는 지금처럼 카드로 생활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사용 내역을 숨겨가며 현금을 사용하고 싶다는 남편이 썩 내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50만 원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월 50만 원에서 월 30만 원으로 줄이면 어떻겠느냐’고 회유하려고 시도하면 남편은 ‘이미 합의 봤는데 왜 자꾸 이야기를 꺼내느냐’며 ‘내가 거지야? 20만 원 아껴서 얼마나 잘 산다고’라고 화만 낸다. 그녀는 남편 말처럼 처음부터 50만 원은 너무 많다고 딱 잘라 거절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중이다.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생긴 대출금도 몇억 원이라 지출을 좀 줄이고 싶은데, 남편은 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화점에서 백만 원 넘는 옷을 사고 싶어 한다. 자잘하게 얼마나 샀는지 최근 백화점 고객등급도 올라갔다. 이런데도 남편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으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을 텐데, 결혼해서 월급도 마음대로 못 쓰고 저당잡혔다’는 식으로 말한다. 


A씨는 ‘다른 부부들은 다 허리띠 졸라매며 산다. 사고 싶은 거 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우리도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 지출을 줄이고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카드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남편은 ‘총각들은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삶을 즐기는데, 나는 결혼해서 그렇게 못 하니 50만 원이라도 내 맘대로 쓰고 싶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남편이 정말 여태 돈을 못 쓰고 살았으면 이해하겠는데, 아내인 A씨 입장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카드를 용돈 개념으로 사용할 때 매번 A씨에게 허락을 받기는 했어도, 남편은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매달 10만 원씩 지출했고, 밤에 혼자 야식도 많이 시켜 먹는 편이었다. A씨가 종종 백화점에서 비싼 옷, 비싼 신발을 사줘서 지금 신발들도 죄다 20만 원이 넘는다. 심지어 A씨는 3년 동안 매달 할부로 90여만 원씩 내며 남편에게 외제차를 선물했다고 한다. 


A씨는 외제차까지 사주며 본인보다 수익이 적은 남편의 자존심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출을 좀 줄이자고 할 때마다 남편은 자존심 상한다고만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다들 배우자와 상의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50만 원씩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A씨. 이 부부의 돈 관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