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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Jan 28. 2019

라이언,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카카오의 라 상무는 매우 바쁘다. 2016년 1월 카카오에 입사한 라 상무는 단 몇 개월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보기 드문 능력자다. 라 상무는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이끄는 살림꾼이자 매력 넘치는 외모로 동료들 사이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 상무는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계승자였지만 자유로운 삶을 찾아 직접 배를 몰고 한국으로 왔다. 그의 본명은 '라이언(RYAN)'.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유명한 카카오프렌즈의 사자 캐릭터다.

카카오 내부에선 애칭 ‘라 상무님’으로 통해 


지난 1월 출시된 라이언은 이 회사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많다. 매출 비중이 높아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 '라 상무님'으로 불린다. 첫 선을 보일 때 ‘헬로! 라이언’으로 출발해 두 달간 최다판매를 기록했다. 10개월이 지난 후에도 판매량 5위권 안에 들 정도다. 온라인 뿐 아니라 라이언을 활용한 인형과 쿠션, 파우치, 휴대폰케이스 등 오프라인 실물상품도 인기다.  



잡지 ‘빅이슈’는 134호의 표지 모델을 라이언으로 장식했는데 순식간에 다 팔려버려 부랴부랴 재판을 찍었고 평소의 두 배인 2만5000부가 팔려나갔다. ‘빅이슈’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창간된 잡지로 노숙인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만 잡지 판매권을 부여해 자활의 계기를 제공한다. 노숙인에게 우선 ‘빅이슈’ 10권을 무료 제공하고, 노숙인들은 이 10권을 팔아 자본금을 마련해 다시 책을 사고 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그 동안 많은 스타들이 빅이슈 표지 모델로 나서 재능 기부를 펼쳐왔는데, 라이언도 이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것이다. 

 

완판 행진 라이언, 그는 누구인가 


'라이언'의 첫 인상은 사자라기보다 곰에 가깝다. 갈기가 없기 때문인데 이는 라이언의 콤플렉스라고 한다. 라이언은 꼬리도 짧은데, 카카오 관계자는 “꼬리가 길면 잡히기 때문에 짧다”고 설명했다. 성격은 사자답지 않게 여리며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라고 한다.  



라이언은 동그란 얼굴에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자 눈썹에 입이 없어 무표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사자라고는 하지만 갈기가 없어 중성적이면서도 왠지 귀엽다. 제작자는 “나름의 개성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했던 기존 캐릭터와 달리 ‘무뚝뚝함’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다른 캐릭터 모두를 품어주는 ‘조언자’ 느낌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라이언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바로 그런 점이 남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성 직장인 신재천(26)씨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싶어도 쑥스러운 마음에 망설인 적이 많았다. 라이언은 성별이 불명확하고 표정이나 행동도 과하지 않아 사용하는 데 부담이 없다"고 했다.  



여성들도 '모호한 성별'을 장점으로 꼽는다. 여성 직장인 김가현(27)씨는 "라이언은 귀여운 외모에 성별까지 불분명해 평소 친하지 않은 직장 상사나 지인에게도 부담 없이 사용한다. 이모티콘 초보자인 아빠도 내가 선물한 라이언 이모티콘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신다"며 웃었다.  

“무슨 말이든 들어줄 것 같아” 경쟁 시달리는 현대인 위로 


전문가들은 라이언 열풍이 일본 '단카이(團塊) 주니어 세대'가 이끈 '헬로 키티 현상'과도 닮았다고 분석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 '단카이'는 일본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칭송받지만, 거품 경제를 일으켜 20년 장기 불황 주범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단카이 주니어'는 이들의 자녀 세대로 소득수준이 높은 맞벌이 부모 아래 성장해 교육 수준은 높지만 경기 침체와 과열 경쟁, 고독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무표정한 얼굴에 입이 없는 캐릭터 '헬로 키티'가 무엇이든 들어줄 것 같은 친구처럼 위로해 줬다는 것.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울고 있는 친구들을 다독이고 있는 라이언 이모티콘(감정을 표현한 아이콘)이 많은데, 그 모습에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시대 정서 부합하는 매력으로 생명력 얻어 


현재 한국은 장기 불황과 취업난으로 위로를 필요로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울고 있는 친구 튜브(오리)와 제이지(두더지)를 다독이는 모습의 '라이언'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프렌즈 콘텐츠셀 천혜림 셀장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머지 친구들을 챙기는 라이언의 '츤데레(겉으론 무심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 이미지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자나 음성언어 대신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젊은 세대가 특정 캐릭터에 열광하는 건 시대 정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오프라인까지 번진 라이언의 인기는 이 캐릭터를 '친구'처럼 곁에 두고 싶은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소비가 이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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