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함께 보는 한국 패션 100년 이야기
패션이라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패션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소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패션의 변화는 그만큼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지난 백여 년간 한국이 걸어온 패션의 역사를 살펴보자.
1906년 정자옥 이라는 이름의 기성복점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생기면서 계절마다 서양의 유행을 담은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기도 하고 양복의 유행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1909년에는 최초로 양장 차림의 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1910년대 중반부터는 서울에만 3~40개의 양복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최초로 종합 여성지를 창간하며 본격적인 패션 광고가 시작되었다. 이 시절 저고리와 통치마, 버선 대신 양말과 서양 구두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여학생들 교복도 양장으로 바뀌면서 교복과 유사한 양장이 일반 여성들에게도 전파됐다. 1934년에는 ‘의복 감상회’라는 다소 촌스러운 타이틀로 패션쇼가 개최되기도 했다.
6∙25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기. 외국으로부터 원조 물자를 받으며 그곳에서 서양식 스타일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1952년는 명동에는 1세대 패션 디자이너 노라 노가 의상실을 열며 최초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당시 유명했던 엄앵란, 최은희 등 스타들이 자주 찾기도 했던 곳. 1968년에는 아예 패션 전문 잡지가 창간되기 시작했고 남성들도 점차 패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서 남성복이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60년대에는 윤복희에 의해 미니스커트가 대유행하면서 여성 해방의 한 단면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건 통기타와 장발, 그리고 다양한 색상과 디테일의 히피 스타일 패션일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청년 문화가 탄생되기 시작했고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패션이 히피 스타일로 나타난 것. 한편으론 블루 진과 티셔츠를 즐겨 입기도 했다. 또 패션 잡지가 대량 보급되면서 유명 연예인이나 전문 패션모델이 패션 화보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점차 패션에 대한 갈망이 나타나던 시기다.
컬러 TV의 등장과 함께 패션의 색채는 대담해지기 시작했고 유행은 좀 더 빠르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림픽까지 개최되면서 국내의 의복 형태도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어깨에 패드를 넣어 연출한 역삼각형 실루엣과 상, 하의는 물론 액세서리까지 맞춤 스타일링하는 토털룩의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올림픽 이후에는 스포츠 룩이 많이 유행했다.
IT 기술이 보급되던 시대, 서태지가 등장했던 때, 거기에 IMF까지. 너무나도 혁신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 많은 시기였다. 패션에서도 좀 더 과감한 변화와 도전이 이루어졌던 만큼 기존에는 잘 찾아보지 못 했던 다양한 레이어드 패션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밋밋한 청바지에 각종 오브제를 달아 멋스럽게 입는 것이 유행이었다. 연예인의 영향으로 아방가르드나 사이버룩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보편화되면서 개성 있고 독특한 패션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보다는 소장가치가 있는 질적 소비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성복에서도 기존의 정형화된 트렌치코트보다는 변화를 준 모자 달린 트렌치 코트나 변형된 색다른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고급 기성복 디자이너들도 스트리트 패션을 적극 수용할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셀럽, 패션 피플 등이 다방향으로 긴밀한 관계를 맞으며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거기에 이제는 단순히 운동복이 아닌 일상생활복과 결합된 가벼운 스포츠 웨어, 즉 애슬레저 룩도 큰 인기다. 편안한 차림이지만 스타일을 갖춘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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