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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Jul 19. 20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것은 담임의 고통을 거름 삼아 지나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어 그녀를 끝에서 끝에서 끝으로 내몰아 결국 떨어뜨렸는지 알 수 없다.




 23살 선생님이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교실에 있었는가. 그녀는 왜 집에 가지 않았는가. 그녀의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알아듣고 무엇을 주목하고 무엇을 바꿔 나가야 하는가.


 이 모든 사태의 고통은 정녕 교사들만 감당하면 되는가. 교사들만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가고, 약을 먹고, 병휴직 정도하면 다 지나갈 일인가.


 당신이 정상적인 범위에 속한 학부모이며, 당신의 자녀가 어느 정도 상식 선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자란 아이라면 이 모든 피해는 당신의 자녀가 함께 짊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담임의 고통을 거름 삼아 지나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아이 자리 바꿔 주세요."

당신의 자녀가 별 이유 없이 자리를 바꾸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 혼내지 마세요."

지적받아서 고쳐야 할 행동을 반복하며, 주변에 계속해서 피해를 끼칠 것인데 그 피해를 당신의 자녀가 감당할 것이다.


"우리 아이를 내쫓다니."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해도, 무조건 교실에서 함께 있어야 한다. 당신의 자녀는 찢어지는 소리가 주는 불안을 참아내야 한다.


 "에구, 어쩌다가."로 지나갈 일이 아니다. 교실에서 배워야 할 사회의 규범, 질서, 약속, 상식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자기 자식만 편하면, 자기 자식이 원하는 대로 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교사를 공격하는 학부모와 그 아래에서 제멋대로 사는 것 밖에 못 배운 자식은 남의 것까지 자기가 차지하고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 피해는 상식 선에서 행동하는 아이들이 나눠 가진다.


 이따구밖에 못 배우고 큰 아이들이 인생 걸림돌을 모조리 치워주는 부모 말까지 이겨먹는 성인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몇몇 사례가 벌써 몸소 설명해주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것이 몇몇 사례가 아니게 될 것이다.


 무엇이 어디부터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히 단단히 잘 못 되었으며 이제는 눈을 똑바로 뜨고 고쳐나가야 한다. 상식 선에서 1인분의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이 보호받으려면 그리 되어야 한다. 당신의 자녀가 상식 선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더더욱, 응시해 주시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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