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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Nov 28. 2023

작고 귀여운 작가

 '글 쓰는 거 좋아했는데.'가 아니라 여전히 '글 쓰는 거 좋아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오늘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제안 메일이 몇 번 왔었습니다. 제안 메일이 한두 번 왔을 때는 중대한 제안이라도 온 건가 싶어 손을 벌벌 떨며 메일함을 열어보곤 했었는데요. 지금껏 왔던 제안 메일들은 모조리 그네들 책 리뷰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은 응하기도 했지만, 그 뒤로는 심통이 나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제안 메일이 왔다고 알람이 떴을 때도, '또 뭔 책 리뷰 부탁이야.' 하며 메일함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투고 제안 메일이었습니다. 교육 월간지 '민들레'에 마을 연계 교육 관련하여 글을 써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고료도 받고요. 몇 년 전에 직지 백일장에 나갔다가 상품권 5만 원을 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나의 글자 수에 비례하여 돈을 받게 된 건 처음입니다.


 저는 제일 먼저 신랑에게 메일창을 캡처하여 보냈습니다. 신랑은 양가 가족 톡방에 불쑥 캡처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지니, 작가로 데뷔합니다.'


 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얼른 지우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러나 신랑은 '작가 맞잖아. 돈 받고 글 쓰면 작가라며.' 했습니다. 제가 매 번 신랑에게 말했거든요.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순간이, 작가가 된 순간일 거라고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얼굴이 빨개져서 양가 가족들에게 축하를 받고 쑥스러운 답장을 보냈습니다.


 제안받은 글을 쓰는 내내 저는 아주 기쁘게, 내가 쓰는 원고의 가치를 생각하며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마을연계교육의 예쁘고 빛나는 장면을 잘 담아 사람들에게 좋은 마음과 영감을 줘야지.' 생각하며 깨끗하고 정갈한 글을 쓰려 노력했습니다.


 며칠 동안 글을 쓰고 편집장님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작고 귀여운 원고료가 들어왔습니다. 브랜드 없는 털장갑과 목도리 정도 살만한 돈입니다. 오늘은 제 인생 처음으로 편집장님께 퇴고도 받은 글이 실린 민들레 월간지 150호를 받았습니다. 책에 실린 내 글을 읽는 건 또 처음이라 얼마나 설레던지, 양 볼이 둥그렇게 차오를 만큼 미소를 흠뻑 지었습니다.


 6년 동안 글을 써오면서 크고 대단한 일은 없었지만 이렇게 작고 귀여운 원고료를 받는 일도 생기네요. '글 쓰는 거 좋아했는데.'가 아니라 여전히 '글 쓰는 거 좋아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오늘입니다.


정말 작고 귀여운 작가라도 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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