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잔뜩 하고 집에 돌아왔다. 큰개가 있는 힘껏 꼬리를 흔들었고, 나는 힘을 잔뜩 준 채 산책을 나섰다. 밖에 나온 것만으로 신나서 꼬리를 추켜세운 큰개와 나란히 걸으며 단순하게 웃었다.
집에 돌아와 큰개에게 물과 사료를 챙겨준 뒤, 숯불양념치킨을 먹었다. 맛있는데 매웠다. 얼얼한 혀를 참고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소화될 때까지 앉아서 버텨보려 했지만 침대가 나를 불렀다. 하는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저 멀리 신발장에서 들려오는 큰개 날숨소리가 ASMR처럼 집을 채웠다. 천장에 이런저런 생각이 돌아다녔다. 나는 큰개 ASMR을 들으며 멍 때리다 무거운 눈꺼풀을 닫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큰개가 침대 위로 폴짝 올라와서는 내 오른쪽 팔에 자기 얼굴을 올리고 누웠다. 팔에 올려진 큰개의 얼굴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큰개가 두 눈을 꼭 감고 귀여운 숨을 새근새근 쉬었다. 무섭게 생겨 사람들을 자주 겁먹게 하면서 하는 행동은 어찌 이리 조심스러운 아이 같은 지 신기했다. 개라는 동물이 이렇게까지 사람과 가까워지는 게 의아할 정도였다. 어떨 땐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행동해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낀다.
'개인 척하는 건가?'
내 팔을 베고 새근새근 잠에 든 큰개를 바라보다 꼭 안았다. 큰개는 내게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히 컸고, 나는 큰개를 가득 끌어안은 채 남은 잠을 청했다. 큰개가 없을 땐 자주 불면의 밤을 겪었다. 해야 할 일이 자는 것뿐인 시간에 혼자 깨어나면, 긴 새벽을 어찌할 줄 몰라 막막해 서글펐다. 그러나 큰개를 꼭 끌어안았던 새벽, 조금도 외롭지 않았고, 하나도 서글프지 않았다. 나는 큰개 옆에서 깨끗하게 미소 지었고, 선명히 행복했다.
남아있던 잠은 단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