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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Aug 25. 2024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세요. 골목의 책방들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 김성은

 책방을 검색한다. 인구 20만의 충주에서 책방은 귀하다. 더 이상 책을 팔아서는 먹고살 수 없는 세상인가 싶다. 서점으로 고쳐 검색한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서점이 몇 개 나온다. 차를 몰아 시청 앞 오랜 서점에 간다. 유리창엔 시민들의 발걸음 덕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문장이 무색하게 어떤 시간에 가도 사람이 드물고, 계산하는 사람은 더 드물다.

 

 헤아려본다. 책 한 권을 팔면 얼마나 남는가. 남은 돈에서 월세도, 인건비도, 전기세도 내고 나면 사장님의 월급은 얼마인가. 계산을 뒤에서부터 다시 한다. 사장님이 300만 원의 월급을 가져가기 위해 서점은 매일 몇 권의 책을 팔아야 하는가. 몇 명의 사람이 와야 하며, 사람들마다 몇 권씩의 책을 사 가야 하는가. 머리가 아득해져 계산을 그만두고 낡은 서점을 귀하게 바라본다.


'너는 이곳에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대학생 때 자주 가던 충북대 앞 4층 책방, 젊은이들의 아지트가 되어주고 싶다며 열심히 책과 글을 나르던 사장님의 공간은 남아있나 검색해 본다. 주 1회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던 복대동 골목 작은 책방은 여전한가 찾아본다. 몇 년 전에 쓰인 참 좋았다는 글들만 왕왕 보인다. 10년의 세월을 뚫고 살아남는 책방 같은 게 있겠냐며 따져 묻는 듯하다. 청주 전체 지역의 책방을 검색해 보고 스크롤을 내려본다. 지나가다 보았던 책방, 이름을 들었던 책방, 다음에 가봐야지 별표 쳐놓은 책방들이 다 없어졌다.  


 그나마 대전 집 근처에는 걸어서 갈만한 책방이 3개나 있다. 광역시가 이래서 좋은 건가 싶다. 하나는 무인 책방, 하나는 작은 공간에 책이 빼곡하여 겨우 하나 있는 책상 위까지 책이 점령해 버린 책방, 하나는 2층 주택의 1층을 책에 내어준 책방이다. 얼마 전 무인 책방에 갔을 때 벽에 붙은 포스트잇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눈칫밥만 먹고 여기 와서 숨을 쉬었어요. 이곳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학교 2학년 '

 

 충주에도 청주에도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싶은 학생들이 있을 텐데 생각했다.


 책방을 연다는 건 참 호기로운 일이구나 싶다. "나 책방을 해볼 거야!" 선언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뜯어말릴 것 같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두드려도 답이 안 나오는 수식을 앞에 두고 '로또가 되고 나서 그때 책방을 열겠어!' 영화 기생충 아들처럼 계획을 수정할 것 같다. 요즘 세상에, 책방을 연다는 건 그런 일인 것 같다.


"오빠, 나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책방 열고 싶어."

 신랑이 나이스하게 답했다.

"응, 많이 벌면."


  27살에 성은 씨는 책방을 열었다. 3년만 버티고 망해도 0의 마음으로 서른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인구 10만 도시 동두천 상가 건물 4층, 교회에 BAR 사이 20평 남짓한 공간에 책방을 만들었다. 어느 날은 교회 찬양이 들려왔고, 어느 밤엔 BAR에서 쏟아지는 광란의 음악소리가 책방을 뒤덮었다. 성은 씨는 인생에서 쓸 수 있는 긍정마인드를 모조리 끌어다가 책방을 여는 데 쏟아부었다.


 그게 2017년의 일이고, 4년을 버티다 2021년 폐업했다. 책방의 이름은 코너스툴이었고, '동두천 코너스툴'이라 검색하면 그 공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사라질 때 사람들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나온다. 마지막 포스팅은 2021년을 끝으로 멈춘다.


 책방의 탄생과 성장을, 역경과 버텨냄을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이라는 에세이에 담았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이 열렸고, 어느 날 갑자기 닫히기까지의 이야기다. 그 사이에 어떤 일과 생각과 감정과 노동이 있었는지에 대해 읽을 수 있다.


 자체 도서산업진흥정책으로 책을 사들인다. 내가 이 책을 사면서 이--만큼 돈을 냈는데, 책방 사장님께는 요만큼 돈이 가겠지 생각이 들면 '사장님, 제가 로또 되고 나서 여기 있는 책 종류별로 한 권씩 다 사드릴게요.' 계획을 세운다.


 기생충 아버지는 지하벙커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나올 수도 있겠지. 나도 언젠가는 로또가 되어 하루종일 목 졸린 사람들이 숨 쉬다 갈 책곳간을 만들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세요. 골목의 책방들.


 오늘은 에세이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을 들고 왔습니다. 책방의 생과 사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 아주 재밌게 읽으실 거예요. 문장이 좋은 잘 쓴 글을 읽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하고, 젊은이들이 어떻게 자기 인생을 뚜벅뚜벅 걷는지 목격하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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