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이런 내가 싫어

by 현주

벌써 연재를 2주나 밀렸다. 나는 자책을 하면서도 내심, "이럴 줄 알았다." 싶었다.

처음에는 ADHD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솔직한 일상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자꾸만 '그럼에도 괜찮은 나'를 어필하고 싶어졌다. 그러다보니 글은 어색했고, 종종 길을 잃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 글을 쓴다.


나는 정리를 정말 못한다. 어떤 물건을 어떻게 놓아야 깨끗하고 깔끔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애초에 물건을 '정리'한다는 개념이 머릿속에 없다. 그냥 그때그때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내가 두었으면 하는 곳에 놓는 것이다. 그러면 가슴이 갑갑해진다.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내 방이 마치 내 머릿속 같아서 속상하다.


언젠가 나의 절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와 집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줬는데, 다행히 학습력은 뛰어난 편이라 바로 그 방법을 흡수했다. 친구가 놀라며 '내가 손 댈 곳이 더이상 없다.'고 말했다. 으쓱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속력'이었다. 깔끔하게 만드는 방법을 배워 실행해도, 그 깔끔함을 그대로 지속시킬 재간이 내게는 없었다. 더럽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두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게 왜 어렵냐고 묻는다면.......나도 그 답을 알고싶다.

내게 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인지.


남들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정리 프로세스가 왜 내게는 잔뜩 엉킨 실을 하나하나 풀듯이 어렵고 지난한 것인지.

화장실에서 나오면 불을 끄는 것이, 책을 보고나면 다시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 내게는 왜 이렇게 히말라야산을 오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인지.


특히나 좁은 원룸에 사는 나같은 처지는 이런 성향이 최악이다.

조금만 물건이 흐트러져 있어도 크게 티가나는 이런 좁은 공간에 ADHD가 살아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나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깔끔한 척 연기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내 물건을 최소한으로 두고 절대 흐트러지게 놔두지 않는다.

정리할 물건이 많이 없어야 정리하지 않아도 티가 나지 않는 법이다.

집 밖을 나서면서 나는 강박을 입는다.

절대 흐트러지지 말 것. 절대 긴장을 놓지 말 것. 물건을 잘 챙길 것.


"현주씨 집은 현주씨처럼 깔끔할 것 같아요."


회사 동료의 말을 듣고 내가 그를 잔뜩 속인 것 같아서 미안했다.


"제 방은 저를 닮아 너저분해요.

어설프게 정리가 되어있는데 그래서 더 정신없어 보이죠.

마치 제 모습과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아니에요.." 한마디만 소심하게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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