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개, 경제 뉴스 요약. 처음엔 그저 공유하고 싶었다. 복잡한 기사 한 줄로 요약하고, ChatGPT에게 설명을 부탁한 다음 블로그에 올렸다. 그게 저작권 문제일 줄은 몰랐다.
시작은 순수했다. 주변 친구들이 경제를 어려워해서 간단하게 정리해주고 싶었다. "오늘의 뉴스"라는 타이틀로 매일 한 건씩, 금리나 주식 관련 기사를 찾아서 핵심만 뽑아 올렸다. 댓글로 "이해하기 쉽네요", "감사해요"라는 반응이 오면 뿌듯했다. 나는 정보 큐레이터가 된 기분이었다.
ChatGPT는 훌륭한 조수였다. 길고 복잡한 기사를 넣으면 깔끔하게 요약해 주고, "쉽게 설명해 줘"라고 하면 비유까지 곁들여 설명했다. 나는 그저 복사해서 붙여 넣기만 하면 됐다. 인터넷에 공개된 뉴스를 정리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생각이었다.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았고, 나도 특별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그럼 지금까지 AI가 써줬던 거야?"
친구의 순수한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묘하게 실망스러워하는 친구의 모습도 마음에 걸렸지만, 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훔치듯 글을 썼다'는 느낌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밤, 인터넷으로 '뉴스 저작권'을 찾아봤다. "뉴스도 저작물입니다." "단순 사실 전달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저작권 보호를 받습니다." "요약이라도 원문의 창작적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침해입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ChatGPT로 요약해도 원문의 창작성을 그대로 옮긴 거라면 침해일 수 있다는 내용에 특히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내가 한 일이 '정보 공유'가 아니라 '무단 사용'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정성껏 쓴 글을, 나는 너무 쉽게 다뤘던 걸까. 기자가 밤을 새워 취재하고, 여러 자료를 종합해서 쓴 기사를. 나는 클릭 몇 번으로 가져와서 내 블로그에 올렸다. 정보는 모두의 것이 아니었고, 누군가의 시간이자 창작이었다.
그 이후로 글을 올리기가 꺼려졌다. 며칠 동안 글을 올리지 않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블로그 방식을 바꾸기로.
첫 번째로, '출처 명시'를 하기로 했다. 어떤 기사를 참고했는지, 언론사와 기자 이름까지 정확히 적기로 했다.
두 번째로, 단순 요약을 그만두었다. 기사 내용을 전달하되, 내 해석과 의견을 반드시 포함하기로 했다.
세 번째로, ChatGPT가 정리한 글을 바로 복사 붙여 넣기 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다듬고, 내 언어로 표현을 바꾸었다.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글 쓰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고, 어쩐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갈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이 나를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바로 저작권은 나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글에 숨결을 불어넣으라는 요구라는 생각이다.
법은 남의 글을 베끼는 대신 내 글을 쓰라고,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생각을 나누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애써 쓴 글에는 내 시간과 노력이 들어있었고, 이 시간과 노력이 나를 창작자로 만들어주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반대로 내 글을 누군가가 가져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서야 비로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작권은 '내 글을 지켜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창작자의 최소한의 권리이고 이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같은 창작자로서의 나를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블로그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글의 조회수는 이전과 다를 바 없으나, '쉽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도움이 되었어요.'라는 말들이 진짜 내 글에 대한 반응이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뉴스는 공짜가 아니었다. 그 안에 누군가의 수고와 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 시선으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