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달콤한 퇴사여
2025에도 자유찾아 삼만리
이번달까지만 일 하고 드디어 퇴사한다.
정규직 전환을 시켜준다 해도 됐습니다, 하고 퇴사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말하기 전부터 이미 그 뜻이 통한 모양이었다.
경영지원팀 대리님은 계약기간 3개월에서 근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무안한 표정으로 나한테 퇴사자 확인 서류를 내밀었다. 아...ㅎㅎ...어떡해요...ㅠㅠ. 대리님의 얼굴이 딱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나는 넙죽 절하고 싶었다. 저를 자유로이 방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작 나는 마스크 속으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싫은 이유 열가지쯤 고민하고 있었는데 먼저 퇴사 통보 날려주니 그게 그렇게 속 시원할 수 없었다. 새 업무 때문에 1월 내내 야근하게 생겼다며 울적해 하고 있었는데, 곧 퇴사할 나는 그 업무에서 배제되었다. 기분이 째졌다. 어차피 퇴사할 사람에게 일을 더 많이 주지도 않겠지. 늘어날 업무로 개인시간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래. 아무래도 나는 회사 인간이 되기엔 글러먹은 거다. 애초에 되고 싶은 적도 없었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고 구르라면 구르고, 얌전히 앉아 시키는 일만 로봇처럼 하며 살기엔 나는 지나치게 인간이었다. 제대로 된 파티션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이번 회사 사무실은 내겐 그저 감옥이 따로 없었다.
하루종일 억눌린 채 살아가야 하는 삶은 그야말로 고역이 따로 없었고, 일을 하며 마주하는 쓰레기 같은 활자들은 내 정신을 고문했다. 앉아서 몸은 방치해둔 채 정신노동만 하고 있자니 운동 부족이 신경쓰였다. 온종일 짓눌려있던 엉덩이가 아렸고, 척추가 욱신거렸다. 타자를 칠 때마다 경쾌한 타음을 내는 키보드는 알고 보니 감시가 목적이었다. 타자 소리로 일하는 중인지 딴짓하는 중인지 감시하기 위한 고도의 술법이었던 것이다!
이건 완전히 가둬놓고 일 시키는 노예 수용소나 다름 없었다. 돈 주니까 거래라는 헛소리는 그만 하자. 노예도 밥은 먹이고 잠은 재워가며 일 시킨다. 월급은 일할 사람 필요하니 죽지는 말라는 당근에 불과하다. 이건 동등한 거래가 아니다. 종속이다.
나는 햇빛이 좋을 때면 햇살을 느끼고 싶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고, 날이 더우면 시원한 물에서 헤엄치고 싶었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글을 읽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건 자유다. 내가 궁극적으로 되고 싶은 건 자유인이다.
떠나는 건 그만두려 했는데. 팔자에 낀 역마살을 무시할 수 없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의 자유찾아 삼만리(적성편)가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