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또 감동적인 책을 한 권 알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책소개를 하러 왔다.
일본의 시오미 나오키라는 저자가 펴낸 <반농반X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가들이 쓴 책은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문장이 들어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금방 읽어내기 좋다고 생각해 선호하는 편이다.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추천하기에도 제격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큰 키워드는 바로 "소명"이다. 이 소명은 천직이라는 단어로도 해석될 수 있고, 선물 혹은 재능이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재능은 영어로 gift인데, 이는 신이 주신 선물이자 내가 세상에 베풀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천직, 즉 재능을 발휘하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소명"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 책에서 이 소명이라는 개념에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저자는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삶의 방식이 반농반X라고 보고, 이 반농반X의 라이프 스타일과 반농반X를 실천하고자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나 원칙들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일본 각 도처에서 반농반X를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래서 반농반X가 뭔데?
반농반X란, 반은 농사를 지으면서 반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병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지속가능한 농업이 있는 소규모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전업농이나 상업적 농가를 목표로 귀농귀촌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급자족을 위한 정도로 채소나 구황작물을 길러 식량 자립을 이룸과 동시에 유기농 텃밭을 가꾸고 덜 소비하는 방식으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소박한 농사를 말한다.
반농반X의 특징은 "X의 사회성"이다.
저자가 말하기를, 우리 모두는 각자가 타고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이 재주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신이 선물해주신 것이라고 한다.
이 재주를 잘 활용하여 다른 생명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 바로 모든 인간의 소명이다.
이 소명은 모두가 다 다르다. 누군가는 건축에 소질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요리에 소질이 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수영을 잘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잘 만들 수도 있다. 모두가 관심있는 영역과 재능을 가진 영역은 다르기에 각자의 관심사를 살려서 그것을 사회에 이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X"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작은 수입원으로 삼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 중요한 마음 가짐이다. 이를테면 자발적 헌금으로 운영하는 로컬 식당과 함께 그 식재료를 직접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기르는 일이다.
쌀이나 채소 등 농사로 안전한 식재와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을 얻기. 동시에 개성을 살린 나만의 일로 사회에 봉사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반농반X이다.
반농반X의 원칙은 다른 생명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자신, 가족, 사회, 지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만 한다.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지구의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나만의 X찾기
핵심은 나만의 X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신은 모든 생명체에게 저마다의 소명을 펼치고 갈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천직-재능-을 주셨다. 그렇다면 나만의 X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나의 반농반X는 어떻게 실현해야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다른 것을 따지지 않고 오직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면 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외면해왔던 일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반 관광 여행, 소비 여행, 상품화 된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움의 발견이 아니라 익숙함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광 상품 여행에서는 하던대로 미각을 추구하며 맛집을 다니고, 자본주의의 조작된 욕망을 따라서 쇼핑을 다니다 자기 소진에 이를 뿐이다. 단지 일상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잠시의 해방감과 쾌락을 찾아 도피한 것 뿐이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의 여행은 새로운 빛을 보는 것이다.
관광의 한자는 '빛을 보다' 라는 뜻인데, 여기서 이 빛은 다른 사람의 빛, 다른 지역의 빛이다. 다른 지역에서의 생활-불빛-을 접하며 이방인으로서 환대를 경험하고,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자연의 장점을 배우고 고향의 장점을 되새기는 유의미한 일이 여행의 진짜 목적이라고 말한다.
X를 찾기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내가 반농반X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지는 장소를 찾아 떠나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여정또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는 일의 일환이다. 다니다보면 이곳이 나를 부르고 있다, 여기서라면 진정한 꿈을 펼칠 수 있겠다는 어떠한 직감이 오는 곳을 운명처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여행을 하다 집에 돌아오면 거기에 비로소 내가 찾던 것이 있다는 유명한 경구처럼, 집에 돌아온 뒤에 원하는 것은 이미 내 집 앞마당에 있었음을 깨닫고 고향에서 실천하게 될 수도 있다. 스스로의 X를 성취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이 이 길이구나! 하는 명징한 깨달음의 순간을 마주하는 시점이 온다. 어쩌면 그게 자신의 태어난 이유와 신이 내린 소명을 알게 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정말 운명처럼 찾아오기 때문이다. 나는 자본주의로부터 건강을 위협받았을 때 느낀 모순들, 주류화 모델이 가지는 페미니즘의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채식-요가-명상을 통해 점점 그 퍼즐이 맞춰지는 듯 하더니, 머지않아 그 길을 깨닫게 되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라는 사회 체계와 구조는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모순된 체제임을 말이다.
이윤을 위해 생명이 경시되고,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우열의 분리가 생기면서 수직적 위계질서가 나타난 인간 사회는 조화와 균형을 통해 유지되는 자연의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타자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내 손으로 내 앞가림을 직접 하는 자급자족적인 삶, 지구를 파괴하지도 나를 갉아먹지도 않는 신성한 노동으로 자립하는 삶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저자 역시도 자연의 모든 것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각자의 자기다움을 실현하면서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가며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조화로운 우주를 만들기 위해 각기 다른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저자가 반농반X를 이야기하는 가장 큰 기초이다. 저자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모든 생명체가 조화로운 우주를 위해 자기답게 살아가려면 반농반X라는 삶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에게 이롭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고, 감동받았다.
인류가 기후위기에 놓이고 생태적 위기에 놓인 것은 우주의 조화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나혼자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생명체의 존엄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인해 무너진 균형을 한 사람, 한 사람 다시 되찾기 위해 삶을 변화시킨다면 그 효과는 하나둘씩 모여 다시 평화로운 지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평화로운 지구에서의 삶을 위한 소명을 찾지 못했다면, 소명 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이다. 늘 곁에 메모장을 두고 내가 지금 사색하며 느낀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 방식의 노트를 추천하는데, 한권의 연속적인 기록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내가 어떠한 의식의 흐름을 가지고 사명을 찾아나가고 있었는지 돌아보는 데에도 좋다고 생각해서다.
우리에게는 세상의 흐름에 떠내려가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 역시도 지금은 세상과 반대되는 일이 필요한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편의 대신 식물의 요구에 부응하는 작은 규모의 수작업 농업으로 대지를 보살피고, 자연과 교감해나가며 잃어버린 생명에 대한 경이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만다라트 기법으로 X 찾기
저자가 X를 찾기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만다라트 기법이다.
3x3의 빙고판을 만들어서 가운데는 질문을 적고, 그 주변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한 칸씩 적어나간다.
거기에서부터 공통분모를 찾아 꿈을 탐색하면 좋다.
예시로 나의 만다라트를 적어보았다.
나의 만다라트.
나는 식량 위기 문제에 상당히 진심인 편이라 나의 자립을 이룸과 동시에 전 인류의 식량자립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크게는 기아종식, 여성해방, 자연해방을 목표로 그것을 위해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해 적어보았다.
나는 바다를 보면 가슴이 뛰고, 물이 너무 좋아서 반농반어를 나의 최종 라이프스타일로 정했다. 흙밭과 물밭을 고루 보살피는 농부인어가 나의 꿈이다.
인류의 궁극적 이념은 평화다
인간은 평화를 사랑한다. 그러한 믿음으로 살아가야만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많은 이념 갈라치기가 우리를 팽팽한 갈등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결국 모든 존재의 목적은 단 하나다.
평화와 사랑.
우리는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으며 평화롭고 싶고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다른게 아니다. 돈, 명예, 미모, 권력,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을 갈구하고 거기에 연연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과 평화라는 근본적 목적을 위해서다. 서로를 해치지 않고 사랑하며 지내기 위해서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삶은 소박하게, 생각은 고상하게. Living low, Thinking High. 그렇게 살아간다면 지구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반농반X가 되는 그날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