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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25. 2022

한국이 싫어서

인간이 아닌 부품을 만드는 한국 사회와 교육

나에게 대한민국이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한 마디로 정의하겠다.


"대한민국은 공장이다."








지난해 어느 날, 편입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도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너희는 편입하는 목적과 이유가 뭐야?"


하는 말은 다들 비슷했다. 학교 네임밸류 때문에요. 신분 상승 목적이요. 그 누구도 본인만의 비전이 있어서,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본인이 다니는 대학교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다는 분위기였다. 내가 편입을 하려던 목적과는 너무도 달랐다. 고작 대학교 이름 하나로 신분 상승이라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찰이나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취업과 스펙을 위해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스로가 무엇을 위해 편입을 결심했고, 어떤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을까? 그들의 대답을 듣고 의문이 들었다.








그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가 어떤 인생을 원하는지 보다 그저 사회가 제시한 로드맵을 쫓아가기에 바쁘구나.




고등학교 내신은 어느 정도를 받아야 하고, 수능은 몇 등급이 나와야 하고, 몇 살엔 대학을, 대학은 최소한 어디를, 몇 살엔 직장을, 직장은 최소한 어디를, 몇 살엔 결혼을, 심지어 결혼조차도 내 스펙을 점수로 환산해 공산품 규격 따지고 등급 매기듯이 점수를 받아가라고 하는 사회.


사회가 그렇게 사는 것이 맞는 인생이라며 한 가지 방향성만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심이나 의문을 품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대인들의 실상이다. 오히려 의문은커녕 내가 왜 이런 삶을 추구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각 과정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할 뿐이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같은 방향으로 질주하기 때문에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기업에서 필요한 더 좋은 부품이 되기 위해. 사회에 필요한 더 좋은 부품이 되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들처럼 살기 위해.


그러자 순간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인간이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 위 부품처럼 보였다. 그저 생각 없이 흘러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정해진 절차를 밟기에만 바쁜 인생을 사는 한국인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조차 모르면서 사회가 제시한 정해진 코스를 밟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며, 마찬가지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내가 저들과 같으니 나는 정상이고 보통인 삶을 살고 있음에 안심하고 안주한다.


타인과 다른 나의 삶은 낙오된 삶처럼 느낀다. 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불안감과 열등감에 시달린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겪지 않는다. 당장 영어를 저들보다 잘해야 해. 당장 취업을 좋은 곳으로 해야 해. 대기업을 가야 해. 자격증을 따야 해... 의 연속인 삶을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에게 눈치를 주며 정해진 길을 따르도록 은연중에 강요한다.



이것을 두고 인류 공동체가 모여 이룬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저 개개인의 삶의 모습까지 하나의 규격에 맞추려 하는 거대한 공장은 아닌가?








나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한국의 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 통념 체제 규범... 전부 과거의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우주의 진리라거나 절대 불변의 완벽한 법칙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전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전부 완벽하지 않으므로 의심하고 사유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이러한 사고가 완전히 빠져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학생으로부터 생각을 빼앗아 갔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과 생각을 배제당하고 박탈당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할 수 없다면 그것이 인간인가? 한국의 교육은 인간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아닌, 국가 발전을 위해 구를 부품을 만드는 교육이다.



우리는 마치 생각과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길러진다. 학창 시절 내내 그렇게 교육받으며 살아간다. 하물며 문학수업을 듣더라도 내가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내가 이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다루지 않는다. 그저 이 상황에서 필자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으며, 주인공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정답을 고르는 교육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정답이 정해져 있으므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오답이라고 학습한다. 서술형조차 모범 답안에서 벗어난 내용을 적으면 감점당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 틀렸다고 느끼게 된다. 이를 반복하며 점점 스스로 사고하고 의문을 품기보다 사회가 제시하는 정답만을 좇게 된다. 교과서에 적힌 답과 다르면 틀린 것이므로 감점을 당하고, 발표를 해도 조롱을 받거나 비웃음을 산다.


이런 교육을 받은 결과 남들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틀린 답을 말할까 봐 내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모범 답안에서 벗어나면 다른 의견이 아니라 틀린 의견이 되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졸지에 틀렸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인간은 공산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량품을 검수하듯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 모두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비슷한 인생을 살길 바라며, 그 목표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불량품 취급한다.


이런 사회는 결코 인간이 모여 구성한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체제 아래서 인간을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부품 공장에 불과하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갔다가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을 보았다. 책 제목이 너무나도 공감 가서 홀린 듯이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 안에는 내가 평소 한국 사회에 대해 지긋지긋해하던 것들을 딱 나만큼 지겨워하는 주인공이 있었다. 주인공은 비교, 경쟁, 서열과 순위 매김에서 벗어나 한국을 떠났다.


 

내가 한국을 뜨고 싶은 이유는 내가 나로 존재하기 힘든 국가여서 그렇다. 완벽하지 않아서 인간인데 사회가 완벽한 정상성을 정해놓고 개인에게 강요하기 바쁘다. 그 정상성만이 옳다고 내재화한 개인들은 타인에게 참견질하면서 내가 말하는 정상성에 너를 끼워 맞추라고 한다. 타인이 그 사람의 삶을 살게 두질 않는다. '내'가 '너'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내가 나의 삶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남의 삶을 살고 있거나.)


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오지랖과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더해져 자꾸만 남의 삶을 교정해주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상대방을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 보는 게 아니라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약자-어린이, 여성-에게 더 하다. 퍼스널 스페이스와 개인의 취향과 의견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취향과 의견에 대한 고찰 역시 부족하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다는 말 자체가 웃기게 들린다. 그런 곳은 인간 개개인의 고유함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 개인의 고유함과 다양성의 존중, 그게 없으니까 다들 똑같은 목표만 향해서 경쟁하고,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 이는 충분히 이 인력이 저 인력으로 손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결과를 초래하며, 대체되기 쉬우니까 경쟁만 더 치열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다.


다 다른 길을 걷고 다른 역량을 키우고, 다양성을 존중하면 하지 않아도 될 경쟁이다. 비교하며 자신을 내려치고 열등감을 가지거나 조급해할 필요 또한 없다.


답을 정해 놓는 교육은 굳이 경쟁만 강화하면서 인생을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인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이 주제에 대해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 영상. 한국인이라면 다들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 영상을 시청하고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5UaJywOO6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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