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연령도, 사건도, 성격도 제각각이다.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유독 ‘인연’이라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끊임없이 개입하며 살아간다.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을 사는 일조차 예외가 아니다.
내가 커피를 주문하면 누군가는 그 손길로 원두를 갈고 물을 붓는다.
그 짧은 몇 분 사이, 그의 하루는 나로 인해 미묘하게 방향을 튼다.
그 한 잔의 커피는 다시 다른 움직임을 낳는다.
비워진 원두는 채워져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포장해 보내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짐을 싣고 길 위를 달린다.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보이지 않는 경로를 따라 세상 어딘가를 계속 흔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세상은 하나의 흐름에 가깝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어딘가로 스며드는 흐름.
그 안에서 완전히 무의미한 존재는 없다.
하찮아 보이는 역할조차, 누군가의 삶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한 조각이 된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건과 사고, 예기치 못한 불운,
때로는 악의로 인해 무너지는 일상들.
그 곁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세상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닳아가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제 자리를 지킨다.
자신의 몫을 다하며,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떠받치면서.
우리의 삶은 그런 사람들 위에서 겨우 균형을 유지한다.
나 역시 그 흐름 밖에 있지 않다.
퇴근길, 말없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는 건물 관리 소장님.
필요 이상으로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하는 의뢰인.
그 사소한 장면들이 하루의 끝에 남는다.
아마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내일도, 그 흐름 속에서 조용히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