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지막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도 종료됐다. 정부가 권고하는 재택 비율에 맞게 우리 회사도 한동안 재택을 시행한 덕분에주 2회 정도 재택을 하고 3일은 회사로 출근했다. 편도 1시간 거리의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붐비는 지하철에 꽉 낀 채 출근하는 일수가 줄어들어 편했다.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나자마자 출근할 수 있는 재택이 정말 좋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처음 경험해 본 재택이지만,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게 그사이에 재택에 적응을 해서 이제 없어진다고 하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마지막 재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늘 저녁은 장을 봐서 맛있는 걸 해 먹어 볼까, 아니면 시켜먹어 볼까 한참을 고민했다. 일단 집에서 퇴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마트에 가서 금방 장을 볼 수 있으니 이것저것 재료를 사다 불고기를 만들까 싶었다. 아니면 이런 날에 어울릴법한 메뉴인 치킨(?)을 시켜볼까 싶어 배민도 뒤적거렸다. 그런데 냉장고 한켠에 있는 식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아 정말, 나는 왜 항상 냉장고에 남아있는 식재료를 외면하지 못하니. 쿨하게 냉장고를 닫고 그냥 새로 장을 보거나 시켜먹으면 될 것을, 결국 평소처럼 도마를 꺼내 들었다. 사실 냉장고에 식재료도 별거 없었다. 가지, 고추, 마늘, 배추 딱 이렇게 있어서 뭔가 근사한 요리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재료였다.
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 가지, 고추를 넣어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고추장, 설탕을 넣어 조려낸 후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마무리해 덮밥용 가지 조림을 완성했다. 그릇에 밥을 한 공기 떠서 고르게 편 후, 국물이 자작한 가지 조림을 얹어 가지덮밥을 완성했다. 냉동고에 있는 다시마와 새우를 넣고 된장을 풀어 국물을 우린 후, 배추와 다진 마늘, 고추, 고춧가루를 넣은 배추 된장국도 끓여내 한 그릇 담았다. 정말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 활용해 뚝딱 차렸다. 원래 생각했던 메뉴인 불고기나 치킨은 아니었지만, 속을 편하게 해주는 건강한 집밥 메뉴가 완성됐다. 배추를 넣고 끓인 된장국이 무척이나 시원하고 달큰해서 두 그릇이나 비워냈다. 거창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메뉴로 결국 마지막 재택 날의 식사를 마무리했지만, 갓 차려낸 밥상은 따듯했다.
재택이 끝난 것은 아쉽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돌아갈 원래의 평범한 일상은 기다려진다. 생각해보니 '평범한 일상'이 되돌아오길 기다려온 만큼, 어쩌면 오늘 차린 '평범한 저녁'은 재택근무와 작별하는 날에 참 잘 어울리는 메뉴다. 물론 한동안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코로나19로 극심하게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버텨낸 우리 모두에게 따듯한 된장국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모두의 삶이 다시 차근차근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