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은 아닙니다만..
킨더 초콜렛 = 이탈리아 초코 회사
킨더라는 이름 때문에 독일 회사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다. 페레로 로쉐 계열사였다니.
이걸 깨닫게 해준 계기는 작년 가을 지방으로 출장 가느라 고속도로 타다 지난 한 휴게소에서 본 장면이었다. 근처에 킨더 공장이 있지 않고서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매장 디스플레이에 폭소를 터트렸었다.
물론 다들 독실하진 않겠지만 전국민의 80프로가 가톨릭 교인이라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만큼 중요한 명절인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다. 어제 그제 가 본 마트에서는 온갖가지 초콜렛이 마트를 점령하여 전 마트가 초콜렛 창고화되고 있다. 다른 기독교 국가에서도 부활절은 큰 명절이겠지만 유난히 가톨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탈리아여서 그런가 시장이나 거리에서 비치는 정도가 조금 더 높게 느껴진다. 아니면 그만큼 초콜렛의 비중이 높은건지도 모르겠다.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이 있고, 골목마다 성인의 이름을 따고, 교회가 지천으로 퍼져있는 로마이지만, 일상 속에서 종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건 오히려 골목 풍경이다. 압도적으로 탄성을 짓게 하는 교회 장식이나 성물보다 괜스레 마음을 건드리는 장면은 지나는 담벼락마다 한 군데씩 마련되어 있는 작은 성소이다.
제단이라고까지 하긴 좀 그렇고 각각의 기림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가족이나 성인을 기리며 만든 작은 길거리의 감실들. 로마 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는 동네마다, 건물마다의 작은 성소들을 보면서 새삼 내가 가톨릭의 중심이라는 나라에 와있구나를 느끼게 된다. 어마어마한 교회보다 이런 작은 성소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는건 아주 평범한 찰나의 순간에 나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나다닐때마다 괜히 한번 그곳에 기려진 누군지 모를 사람을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 사람을 기리고자 했던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나도 괜히 한번씩 내 자신을 점검하며 추스린다.
그리고서 이에 오버랩되는 장면은 서울을 방문한 많은 외국 사람들이 밤이 되어 야경을 보다가 모두들 놀라워마지않는 빨간 십자가의 물결이다. 우린 그 십자가들을 통해서 무슨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걸까.
일상 속에 스며들듯이 종교적인 풍습이 살아있고 비록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시선끌기일지언정 바티칸이 있기에 오히려 길거리에서 가톨릭이나 교황에 대한 풍자나 희화화가 가능한 이 곳의 분위기가 가끔씩 부럽다. 풍자와 비판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믿음의 대상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