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일하며 아이들 키우기
2017년 여름 이탈리아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했다. 영어로 일할 수 있는 곳이었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는 직장이었다. 그래서 만으로 10살, 8살인 남매를 앞세우고 혼자서 용감하게 전진해서 로마로 이사를 왔다.
그때까지도 부모님의 힘을 빌려 겨우겨우 일하며 빵점 엄마로 살아갔는데 더더욱이나 대책없는 곳으로 온 셈. 서울에서 부모님한테 기대는 걸로 모자라서 국제적으로 돌보미 긴급구조요청을 쳐가면서 이탈리아 생활을 시작했다.
머리 속의 로마는 온갖 문화재, 역사 유적, 낭만, 영화 속 장면, 온갖가지 감정 표현이 풍부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득찬 모습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생활터전으로서의 로마는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잔잔하게, 때로는 어이없게 보여주곤 한다.
로마에서 살면서 내가 원래 익숙했던 삶과 다른 것들, 이탈리아에 대해서 잘 몰랐던 면면들을 보면서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쉬워 하나씩 적어보기로 했다. 나중에 일기처럼 꺼내어 읽으면서 내가 지금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을 달달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곱씹게 될거라는 기대 하에. 젤라토를 먹고 스쿠터를 타면서 로마 시내를 그레고리 펙처럼 잘생긴 남자와 종횡무진하는 모습과는 180도 다른 이 일상은 그야말로 로마의 평일이다. 시장을 보면서 겪고, 아이들의 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한테서, 회사에서 간간히 듣는 이야기들이다. 로마의 휴일만큼이나 즐거운 일상으로 가득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