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삐삐 롱스타킹

비순응의 아이콘,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힘

by 일상여행가

이 연재는 '사랑받는 캐릭터의 비밀'을 찾는 여정이다. 단순한 귀여움이 아닌, 철학과 브랜드 전략을 품은 캐릭터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이번 글에서는 그 두 번째 사례로 ‘삐삐 롱스타킹(Pippi Longstocking)’을 다룬다. 그녀는 세상에 길들지 않은 소녀로, 기존의 규범에 균열을 낸 존재였다. 지난화의 무민(Moomin)이 철학을 담은 캐릭터였다면, 삐삐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급진적인 세계관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1. 캐릭터의 탄생


삐삐 롱스타킹은 1945년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이 자신의 딸을 위해 만든 이야기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시기에, 삐삐는 그 어떤 권위에도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규칙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했다.


당시 어린이 문학에서 보기 드문, 독립적이고 기발하며 힘이 센 여자아이라는 점에서 삐삐는 출간 당시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어른의 시선을 따르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규칙들을 과감히 깨부수며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해방감을, 기성세대에는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나는 나대로 살 거야. 왜 꼭 어른들 방식대로 살아야 하는데?”
– Astrid Lindgren, Pippi Långstrump, 1945


삐삐는 부모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믿으며, 자유롭고 엉뚱한 행동 속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지닌 인물이다. 어른의 세계를 유쾌하게 비틀며, 어린이에게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 콘텐츠로의 확장


삐삐는 책 출간 이후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이어지며 국제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스웨덴을 넘어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 리메이크되며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도 사랑받았다¹².


이 과정에서 삐삐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삐삐의 빨간 머리와 긴 양말, 엉뚱한 말투는 시대마다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되었지만, 핵심인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소녀’라는 정체성은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유럽의 패션 브랜드들과의 콜라보, 아동 인권 캠페인의 상징으로도 등장하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동시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삐삐 탄생 75주년을 맞아 글로벌 NGO 단체 Save the Children과 함께한 "Pippi of Today"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 위기 상황에 처한 소녀들을 위한 기부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이 캠페인은 "삐삐처럼 강하고 자유로운 소녀들"을 응원하며, 단순한 협업을 넘어 삐삐의 세계관을 사회적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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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상 속의 삐삐


삐삐는 단순한 아동문학 속 캐릭터를 넘어,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비순응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녀는 엉뚱하고 기이한 행동을 통해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가치와 판단에 근거해 삶을 이끌어간다. 이러한 태도는 오늘날 사회적 규범에 피로감을 느끼고, 정해진 틀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려는 젊은 세대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삐삐는 더 이상 동화 속 괴짜 소녀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 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삐삐를 자신의 작업에 인용하거나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그녀의 경계 없는 상상력, 규칙을 전복하는 태도, 그리고 독립적인 생활방식은 창작의 새로운 언어가 되기도 한다. 전통적 서사에 얽매이지 않고,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삐삐는 마치 시대를 초월한 동료처럼 존재감을 발휘한다.


rona-yefman-pippi-1-1.jpg “Pippi Longstocking, The Strongest Girl in the World” by Rona Yefman


특히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삐삐는 독립성과 자기 주도성의 강렬한 모델로 해석된다. 어른의 개입 없이도 자신의 집에서 살며, 자신의 경제력을 스스로 관리하고, 남성 중심 사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은 삐삐를 '어린 여성 주체'의 상징으로 만든다. 이는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흐름 속에서, 삐삐를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질문하는 여성', '말 거는 아이'로 재조명하게 한다. 그녀는 우리에게 묻는다: "왜 꼭 그래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그리고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를.



4. 그래서 삐삐는 왜 지금도 사랑받는가?


삐삐는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없이 세상을 마주하는 그 태도 때문에 살아남았다. 삐삐는 항상 다르게 생각하며, 다르게 행동한다. 강요된 규칙보다는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말괄량이 소녀’가 아니라, 모든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만든다.


“If you are very strong, you must also be very kind.”
– Astrid Lindgren, Pippi Långstrump, 1945
“네가 정말 강하다면, 아주 친절하기도 해야 해.”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삐삐 롱스타킹』 (1945)


삐삐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다양한 세대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캐릭터다. 어린이에게는 억압받지 않는 자율성과 상상력을, 어른에게는 익숙한 가치에 대한 반문과 새로운 기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강인함과 친절함’이라는 모순처럼 보이는 이중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의 조건이기도 하다.


전시, 캠페인, 창작물 속에서 삐삐가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녀가 보여주는 ‘틀에서 벗어나는 용기’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삐삐는 단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콘텐츠를 브랜드로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질문

- 이 콘텐츠(캐릭터)는 시대의 규범에 도전하고 있는가?
-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급진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가?
- 문화와 세대를 넘나드는 해석이 가능한가?
- 다름이 매력이 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가?




매주 목요일,
좋아하는 것을 브랜드로 만드는 캐릭터 이야기
《사랑받는 캐릭터의 비밀 – vol.1 유럽 편》을 연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randlike-me

감성과 전략이 만나는 순간, 함께 읽어요.
#사랑받는 캐릭터 #캐릭터브랜드 #1인창작자




¹ 1988년 영화 《The New Adventures of Pippi Longstocking》은 스웨덴-미국-서독 합작으로 제작되어 일본, 미국, 스웨덴 등에서 개봉되었다.
² 1997년 TV 시리즈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되었다.




✴︎ 커버 이미지: AI 이미지 생성 도구(DALL·E)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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