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여행가 Aug 17. 2023

나와 일 : 나는 나를 증명한다

    

2012년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째 나는 직장인이다. 10년 차인 지금도 과거의 나도 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 하나를 꼽으라면 ‘관계’라 하겠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도 취직은 전쟁이었고 나는 정규직이 되는 인턴으로 국내 한 카드회사에서 주최한 공 모전에서 수상했지만 보기 좋게 배신을 당했던 뼈저린 아픔으로 방 황했었다. 그때 나의 실력을 봐온 지인이 외국계 기업의 신규 사업부 마케팅팀의 ABM(Assistant Brand Manager)을 추천하여 운 좋게 높은 연봉으로 입사했으나 10년 이상 차이 나는 상사와의 갈등과 부 조화, 부당한 처사들은 젊은 나에게 감당하기 어려웠다. 


직장 생활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하고, 받고 싶은 연봉을 위해 내 모든 하루를 오롯이 다 직장에 바쳐야 한다. 나는 퇴사하겠다 맘먹은 6개월 후에야 퇴사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의 후임으로 온 대기업 과장 출 신의 누군가는 입사 후 6개월 만에 바로 퇴사했다고 한다. 나는 꽤 오래 버틴 것이었다. 


당신 자신의 최선의 것을 타인에게 줄 때 타인의 최선의 것을 얻게 된다. 당신이 상황과 사람들을 보는 태도는 지극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당신이 본 그대로 상황과 타인을 대우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준다면 당신의 인생에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을 타인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책을 읽으며 배우는 것 가운데 참으로 감사한 것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 초년생의 나는 나의 장점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타인과의 ‘관계’보다 ‘일’을 잘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실제 함께 일하던 나의 사수는 독일 본사에서 일하다가 곧바로 한국지사장으로 복귀한 유능한 분이셨는데 이런 분과 함께 일하면서 나는 ‘일’이나 ‘관계’를 배우지 않고 ‘일’에 대한 불평과 ‘나’에 대한 자존심에 더 집중했던 아마추어였던 것이었다. 좀 더 일찍 삶에 대해 공부를 했더라면 조금 더 일찍 프로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여하튼 사회 초년생의 나는 긴 시간 방황했다. 그리고 서른을 앞둔 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난생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었지만 ‘라이선싱 에이전트’ 모집 공고를 발견했고 입사했다. 입사 이유는 아주 단순했 다. 회사의 비전과 사장의 태도에 반했었다. 소수 인원이었기에 대표 에게 직접 일도,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회생활을 잘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내겐 더 간절했었기 때문이다. 간절함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했고 그러다 보니 계약도 잘 해냈고 인정도 받았고 재미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5년을 일했다. 


자세는 전염성이 강하다. 그것은 감기와 같은 것이다. 만일 당신이 감기에 걸리기 원한다 면 당신은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감기 앞에 몸을 드러낼 것이다. 만일 당 신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싶다면 당신은 올바른 정신자세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는 일부터 시작하라 


쉽게 질리고, 빠른 결과를 원하는 나의 성향에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빠르면 3개월 만에도 결과가 눈에 보이는 이 일은 나에게 잘 맞았다. 거기에 원작사들과 영어로 소통하고, 해외 출장이 잦은 것도 내가 꿈꾸던 직업이라고 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즐기면서 일하는 사장님의 자세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또 그만큼의 성과를 만 들어내면서 우리의 ‘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과 남성의 견해 차이일까, 사장과 직원의 마인드 차이일까. 나의 임신과 출산은 회사 대표에게 ‘지장’과 ‘손해’를 초래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장님과의 좋았던 관계는 나의 ‘임신’으로 인해 금세 추락해 버렸다. 


나는 곧바로 국내에서 육아에 대한 복지가 좋은 대기업으로 옮겨 충 분한 육아휴직을 누리고, 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재미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삶을 보냈다. 현 직장에서의 5년 간 나는 딱 한 번 B(육아휴직 기간) 등급을 받은 것은 제외하고 매번 인사고과에서 A등급을 받았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있었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나름 인정을 받으면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대기업도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선, 아주 소수에 해당하는 임원이 되지 않은 50대 이상은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성과는 기본으로 내야 하며, 승진을 위한 인맥 라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일은 일대로 하고, 각종 회식과 모임을 다니면서 나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는데, 임원이 되지 못하면? 혹 그렇게 임원이 되고 나서도 나의 노후는 보장이 되는 건가? 아니, 대부분의 임원들은 회사 내부보다는 외부 전문가가 많다. 뚜렷한 전문성이 없이 여러 사업부를 전전한 공채 출신들이 오히려 일을 못한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아는 사실이다. 


우리 회사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20대와 30대의 신선한 아 이디어와 에너지를 잔뜩 내어주고, 아주 평범하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되어 빠른 퇴직을 맞이하는 곳이 대기업이었다. 


첨단 기술이 발달할 앞으로는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앞으로는 기술이 나를 대신해 나의 목표를 결정하고 나의 삶을 통제하기 더 쉬워진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코딩하는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이해하고 조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모든 책들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당장 첨단 기술로 대체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들을 온전히 키울 수 있는 직업도 아니었다. 아니, 어떤 직업인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꾸 내 안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더 다양한 일을 해봐야 한다고! 자유롭게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회사를 믿지 말고 자신을 더 믿으라고! 


그래서 더 간절하게 책을 읽었다. 독서와 토론 그리고 사색을 통해서 이러한 새로운 사회에 필요한 힘을 키워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벽 독서를 1년간 하면서 독서모임 멤버들과 시대에 변화에 맞춰서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고,  너무 자연스럽게 함께 온라인 학교(플랫폼)를 만들자는 계획이 실행되었다. 물론, 우리 모임에 계신 분들은 (나를 포함하여)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고, 우리 중에 IT개 발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다들 너무 당연하게 이 일이 필요한 일이 될 것임을 알고 모였고, 몇 개월 만에 눈에 띄는 결과들을 만들어 내 고 있다.


우리는 경쟁이 아닌, 창조를 하고 있고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고
현재가 아닌, 미래의 자산을 만드는 시작을 함께 하고 있고

새로운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일을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생활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는 주변의 걱정이 많지만, 나는 오히려 직장 생활에만 충실한 사람들에게 더 불안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만 해도 이 회사에 언제까지 다닐지, 투자를 해야 할지,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은 많지만, 막상 본인을 바쁘게  만드는 회사와 거래처와 사람들을 불평만 하다가 다시 또 변함없이 출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나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깨어 있고, 나의 정서는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앞으로 이 삶에서 나는 내가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로 나는 나의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것이며 이 모든 정신이 물질로 환원된다는 것을 너무나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새벽 독서와 플랫폼 온라인 학교를 병행하면 서도 지금 나의 회사 내 업무성과는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문제보다 더 커진’,‘일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내가 된 것이다. 최근에도, 명백하게는 내 업무가 아닌 일을 해결하려고 한밤중에 해외 원작사와 통화한 일이 있었는데, 문제도 해결했고 업무를 함에 있어 서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팁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분명히 커졌다! 책이 나를 키워낸 것이다! 


무엇보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확실하게 줄었다. 아니, 어쩌면 스트레스라는 자체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 그냥 잠깐 들렀다 가는 것 같다. 가장 트러블이 많아야 할 직속 상사와의 관계는 서로  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로, 함께 페어링이 되어 일해야 하는 직장 동료와는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일을 성취해 가는 관계로, 그리고 수많은 거래처 사람들과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독려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러니 저절로 업무 실적이 좋아질 수밖에.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일까? 아니면 나의 관점이 달라져서일까? 여하튼 ‘일’과 관련된 모든 관계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나는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말이다. 

기존의 일을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직업으로 창조해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인용 

정상에서 만납시다, 지그지글러, 김양호역, 2017, 안암문화사 





작가의 이전글 나와 시간 : 나는 나를 투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