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뉴런
(주하와 할머니네 집에서 백설공주 놀이하는 중)
“엄마가 백설공주해.”
“응, 그럼 주하는?”
“나는 마녀 할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지?”
“(거울인척 연기중) 네, 마녀님도 예쁘시지만, 백설공주님이 제일 이쁩니다.”
“머라고? 나보다 더 예쁜 것이 아니라 백설공주가 더 예쁘다고? (매번 이렇게 대사가 꼬인다…ㅎㅎ) 당장 없애버려라!!!!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내입에 들이댄다) 사과 먹어”
“얌얌얌 ~ 아 맛있다 (일부러 안 죽었더니)”
“(바르는 시늉을 하며) 독을 발라서… 먹어”
“얌얌얌~ 윽 … 깨고닥… (죽은 척)”
(매우 만족해하는 주하)
(이후 할머니와도 몇 번 연극을 함..)
지난달에 백설공주 어린이 뮤지컬을 보고 왔다. 처음으로 아이와 이런 공연장을 가는 거라,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가 이 뮤지컬을 볼 수 있을까 걱정하며 갔었는데, 오롯이 60분 동안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집중해서 무대를 보는 모습에 감탄했다. 역시 내가 먼저 아이를 속단하면 안 된다. 그 이후로 종종 이렇게 사람들과 백성공주 연극을 하곤 한다.
연극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습관 하나도 다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 행동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한 쪽다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 것을 본 주하가 어느 날부터 그렇게 앉아있는 것을 알아차렸 때라든지, 내가 자주 말하는 “늦었어~ 빨리 가자.”라는 식의 재촉하는 말을 주하가 따라 하고 있을 때 말이다.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 말투와 내 행동습관과 나아가 나의 생각까지도 이 아이가 온전히 흡수하고 있구나. 과연 나는 내가 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아가 얼마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는지까지도 돌아보게 된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뇌 안에 ‘거울뉴런’이 있음을 발견했는데, 바로 모방을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이 ‘거울뉴런’이라고 한다. 타인이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을 할 때 이 ‘거울뉴런’은 열심히 반응하고, 그 결과 자신도 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실제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마음인지, 어떤 느낌인지, 무슨 의도인지를 학습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 경험하다 보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는 능력도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아이가 따라 하는 이 모든 행동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모든 것들을, 세상의 모든 것들을 따라 하고 배우면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아이가 세상에 필요한 어른으로 자라는 데까지 어른으로서 나의 말과 행동 그리고 태도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