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행에서 장소 이동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정거장을 가야 되더라?' 하는 마음에 버스 노선도를 확인했다.
너무나 재밌는 정거장 이름을 보고 웃었다.
'동대구역 건너' '동구청 앞' '청천리(대구방향)'
대구 버스는 처음이라 물어보니 '동대구역 건너'는
실제로 동대구역의 건너편에서 버스가 선다고 한다.
'동구청 앞'은 정말 동구청의 앞에서 버스가 서는 것이다. 내가 사는 일산은 버스가 서는 곳의 대표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편이다.
ㅇㅇ초등학교가 있다면 ㅇㅇ 초등학교 앞에 세워줘도 ㅇㅇ초등학교라고 지칭된다. 대구였다면 ㅇㅇ초등학교 앞에 내려주기 때문에 'ㅇㅇ초등학교 앞'이 정류장명이 됐을 텐데!
버스정류장 이름들을 보면서 어떤 게 친절한 UX일까 고민스러웠다. 사실을 직관적으로 쓴 'ㅇㅇ역 건너'가 좋은 UX일까? 아니면 내리는 장소보다 장소를 중요시한 'ㅇㅇ역'이라고 쓴 것이 좋은 UX일까?
나의 생각
a. 'ㅇㅇ역 건너'는 내리는 이용객들의 입장을 고려한 UX다. 이용객이 어디에 내리는지 고려하여 장소를 더 쉽게 이해하길 바라는 목적이다. 이용객의 입장에서 자신이 내리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다음 목적지까지
혼란 없이 잘 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점. 정확한 위치 설명으로 혼란을 줄인다.
단점. 정류장 명칭이 길어져서 노선도가 복잡하다.
단점. 정류장마다 '건너' '앞' '(ㅇㅇ방향)' 등의 설명이 달라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b. 'ㅇㅇ역'은 명칭으로 장소의 제일 단순한 형태로 남겨 장소에 대한 빠른 이해를 돕는다. 버스노선도는 많은 정류장을 거치기에 많은 명칭이 나열된다. 그런 과정에서 제일 단순한 형태들의 모음이 통일성이 되어 다른 정류장 인지에도 빠르게 이해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점. 제일 단순한 형태로 다른 정류장명과 통일된 형태로 노선도 전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단점. 직관적이지 않다.
다양한 관점에서 UX 바라보기
지역별 특성과 UX 선택의 필요성
대구와 일산은 각각 다른 지역 특성과 인구 구성을 가진다. 대구는 2018년 기준 평균 연령이 42.2세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반면, 일산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UX 접근법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대구처럼 명칭을 직관적으로 설정하면 모바일에 친화적이지 않은 이들에게는 지도의 출발지가 될 수 있다.
UX의 지역적 차별화
UX는 항상 ‘하나의 정답’을 가지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특정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친숙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처럼 단순히 장소를 표시하기보다 내리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방식은, 지역 특성에 맞춰 편리함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반면, 일산은 단순화된 명칭을 통해 노선도 전체의 가독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
결론적으로, UX는 고정된 정답보다는 상황과 사용자의 특성에 맞춰 적절히 설계될 필요가 있다. 즉, 대구의 “ㅇㅇ역 건너”와 일산의 “ㅇㅇ역” 모두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각기 다른 UX 디자인의 한 예로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