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의 강박

by 소소하고 사사로운

회사의 연차소진 정책에 의해, 오늘부터 무려 5일을 쉰다. 일주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쉴 수 있는데,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게 오히려 업무계획 세우는 것보다도 더 스트레스처럼 느껴진다. 어떤 이는 유럽으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어떤 이는 가까운 일본으로라도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모두들 각자의 계획에 따라 즐겁게 휴가를 보낼 것 같은데, 나는 막상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급하게 어딘가 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연휴기간이라 급하게 비행기 표를 구하고 싶어도 너무 비싸다. 국내라도 어디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막상 떠오르는 곳은 없다.

그 동안 업무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라고 있는 휴가인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사실이 더욱 스트레스다. ‘열심히 놀고, 또 그만큼 열심히 놀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억울하잖아?’라는 강박에 휩싸인 듯 하다. 그것 또한 미션의 일환으로 느끼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집착에 빠져 있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회사원 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나는 열심히 휴가 계획을 세우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말 할 일이 없을 때는 굳이 일을 만들지 않고, 책을 읽다 말거나, TV를 보다 말거나, 노트북을 켜 놓고 이것저것 끄적이거나 혹은 집에서 숨만 쉬고 있는 경우도 대부분. 그게 내가 보통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놀 수 있을 때 놀아두지 않으면 분명히 후회할거야, 남들처럼 흥겹게 놀지 않으면 안돼’ 라는 압박이 든다.

그만큼, 내 시간이 없어지고 평소에 압박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평소에는 늘 나만의 시간을 갈망하면서도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 당황스럽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지 라고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누가 어떻게 보내 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나의 방식대로 보내면 되는 것인데 유난히 요새 다른 이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게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듯 남들에게 말하기 위한 휴가가 아니라,오랜만에 내가 나와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는 열심히 생각과 마음을 적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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