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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r 21. 2019

인사팀 지원동기

7년 전, 취준생 때 연속된 탈락에 화나서 정말 솔직하게 써 본 지원동기

"왜, HR을 하고 싶어요?" 


열심히 HR 부서에 지원하고 있다. 자소서를 쓸 때도 면접을 볼 때도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질문. 이 질문에 근본적인 답을 하기도 전에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HR을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첫번 째, 나는 사람에 대해서 편견을 갖는 것이 싫었다.  어떤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을 할 때, 문만 열고 들어와도 이 사람이 합격인지, 탈락인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몇 번 들은적이 있다. 나는 이게 인사담당자들의 능력에 대한 경외라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오만과 부끄러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담당자들의 능력이 빠른 시간 안에 그 사람의 일부만을 보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일까. 오랜 경험으로 쌓인 사람에 대한 노하우가 사실은 사람에 대한 불신과 편견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풀리지 않는 의문. 


'사람 보는 눈은 대부분 비슷하다'라는 말을 누구보다 신뢰하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스스로의 편견 속에 갖히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만날 수록,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오히려 인사 담당자의 진짜 역량이 아닐까라는 의문 하나.


두번 째, 현실적 문제.


한 회사에 1~2명 뽑는 인사담당자인데 내가 과연 뽑힐 수 있을까? 인사팀은 보통 학벌, 학점, 영어 점수 등등에서 최상위 지원자들이 간다고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나의 지금 실력으로는 서류부터 정말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안 그래도 어려운 취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후에 역시 좀 더 준비를 해야하는 걸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라는 또다른 고민이 드는 중. 어쨌든, 현재는 패기로 도전 중.


첫 번째 고민을 대표님께 말씀 드렸더니 대표님께서는 그렇다면 너는 HR이 맞는 것 같다고 해주셨다. 그렇지만 역시 일단 뽑히는 것이 중요해.


"왜, 나여야만 하는가?"


내가 정말 HR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동아리를 시작하면서 무엇인지도 모르고 처음 맡게 되었던 HRM. 그 때 함께 고민하며 만들었던 비전, 미션, 핵심가치, 그리고 정관들. 형식적인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했지만 1년 간 활동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던 시스템의 중요성과 힘. 결국엔, 모든 게 사람의 문제라는 깨달음.


동아리를 잘하고 싶어서 포기했던 ROTC. 정말 운좋게 생활할 수 있었던 국방부 장관 공관. 대한민국 최고의 리더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회. 나도 저렇게 하고 말 거라는 다짐. 그 때 읽고 정리했던 리더십과 조직에 관한 150여권의 책들.


제대 후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구상했던 출결제도, 교육제도, 회의제도, 인수인계서. 너무도 바뀌어버린 환경.

늘 무서웠던 일대 다수의 싸움. '무엇을 위해서 내 개인적인 것들을 버리면서 이 조직에 이렇게까지 헌신하고 있나'라는 끝없는 의문.'


1년을 넘게 고생해 겨우 모습을 갖추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우리의 조직을 배우러 온 일. 열심히 프로젝트 하면서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얼굴들. 진심으로 우리 조직의 사람들이 많이 배우고 즐거워 했으면 좋겠다고 밤을 새우며 했던 고민들 용기가 필요했던 행동들. 


그렇지만 일년 동안 썼던 인수인계서를 물려주고 열심히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반 년만에 다음 회장이 탄핵에 몰린 일 그리고 실패. 결국,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았던 허무함.


인턴하면서 만났던 좋은 인사담당자님들. 운 좋게 할 수 있었던 실제 채용 진행 경험. 그 때 느꼈던 인사의 어려움과 고민들. CSR을 공부하면서 생긴 "사람들이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꿈" 보다는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는 말을 믿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다는말" 누구보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명제이지만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니, 그렇다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야"라는 심정으로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잘 변하지 않을 뿐"이라고 믿고 싶다.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조직을 찾고 

좋은 교육을 받으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아직 그 계기를 스스로, 혹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나부터가 변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절실하고 또 절실하게 생각했던 문제.

내가 변하고 성장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 사실은 이게 진짜 HR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역시 이런 건 HR이라고 할 수 없고, 이런 불순한 마음으로는 HR을 할 수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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