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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r 24. 2019

오늘의 면접

4년 전, 첫 후배를 만났을 때

  우리 팀에서 함께 하게 될 인턴 면접을 봤다. 교육 쪽 일을 대부분 맡게 될 예정이라 나도 함께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스물 한 살 이후부터는 동아리든 스터디든 매년 누군가를 면접하는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사에서 하는 면접이라 그런지 내가 더 많이 긴장이 되었다.




내가 2년 반 전에 앉았던 꼭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가 자기 소개를 하고 질문에 답한다.

  그래서인지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분일지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 시절, 취업 준비하면서 느꼈던 절박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궁금한 것들을 질문을 통해서 확인하는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 더 그들을 잘 꺼내 보일 수 있을 만한 질문을 나도 절박하게 던진다. 나도 누군가의 눈에 그렇게 비춰질 수 있었겠지.


면접관 자리에 서면 무조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못지 않게 불편했다. 


  추웠던 날 어쩔 수 없이 얇은 정장을 걸치고 딱딱한 구두와 딱딱한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양 볼에 불어넣으며 마주한 그들에게 나 또한 예의와 책임을 다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지 모를 이 시간에 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나는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난 그저 조금 더 일찍 들어온 사람일 뿐인데, 회사 면접이라는 자리가 주는 공기가 마치 갑과 을의 관계인 마냥 되어버린 것 같아서 최대한 편하게 대하려 했지만 조금은 불편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역량이 뛰어나 보이는 지원자들도 있었다. 여러 경험을 쌓고 취업 전에는 이 정도만 경험해도 충분하다 싶었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경험을 축적하고 싶다며 온 지원자도 있었다. 그런데도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 유예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여기 앉은 사람들이 같은 나이 때 꽉 낀 정장을 입고 앉아 있는 사람보다
아주 뛰어 났기 때문에 앉아 있는 것만은 아닐 텐데

  취업시장의 경쟁은 더 미친 듯이 치열해지고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면접 내내 취업 준비 등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후배들과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나 또한 간절하게 또 예의를 갖춰 끝까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면접이 끝나고 팀장님, 차장님, 과장님과 지금 상황의 안타까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직무 준비도 많이 하고, 어학도 뛰어난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 몇 명 더 뽑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고.’


그리고 종국엔 ‘우리는 저 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이고 완벽한 채용 시스템이란 있을까?'
'자기소개서 몇 장, 면접 몇 분으로 사람을 다 파악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그래서 생각해 봐야 할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시스템 자체가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면접에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아주 부족한 사람이라고 심하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발을 하는 사람조차도 완벽한 확신으로 선발하는 경우는 없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불완전하지만 당시의 그 짧은 정보와 최선이라고 믿고 싶은 순간의 경험과 몇 가지 단서에 의존하여 결정을 내린다. 마치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인 냥 말이다.


  그러니까 후배들과 친구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면접을 잘 보는 잔 스킬 같은 것도 있을 테고 역량이 중요하겠지만, 운과 같은 것들도 큰 요소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전에 썼던 글에서처럼 마치 연애와 같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면접관도 우리 모두 불완전하기에 당신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해주고 싶다.


  반대로 내가 굉장히 잘나고 뛰어난 사람이니까,
당연히 회사가 나를 뽑았겠지 라고 오만을 부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말고도 뛰어난 후보자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불완전한 시스템이기에 얼마 간의 운도 따랐을 것이다.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어느 정도는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뒤에 따라 올 후배들도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지치고 지겨워져 버린 일들도 내 앞에 지금 있는 이 사람들에게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던 일들일 지도 모른다. 2~3년 전에 취업 준비하면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적은 글들이 아직 블로그에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부끄럽고 비루한 글들이지만 그 글들로 인해 언제든지 얼마 간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지금 이 곳에, 이 위치에, 이 일을 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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