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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Jul 28. 2019

우리 팀이 콘텐츠 마케터를 울린 밤

지난 밤, 우리 팀 콘텐츠 마케터가 울었다고 했다.


그 날은 우리팀 콘텐츠 마케터가 처음으로 스스로 납득할 만한 가시적 성과를 낸 날이었다. 물론, 그 전부터 동료들은 인정을 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성과였다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콘텐츠 마케터는 그 날 오전 팀원들에게 고맙다며 먹고 싶은 간식 리스트를 받아 손수 간식을 사서 나눠줬다. 콘텐츠 마케터가 스스로 고생하면 만든 콘텐츠였는데... 콘텐츠 마케터는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늘 스스로를 낮추는 것에 익숙했던 그가 그 날은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달라고 팀원들에게 이야기했다.


회사에서 성과를 낸 게 울 정도의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고 노력해 왔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열정만큼 조직이 받쳐주지 못해서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그가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그를 처음 만난 면접 자리에서도 그리고 단둘이 밥을 먹거나 간혹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도 그는 마케터로서, 마케터답게 어떤 성과를 내보는 게 정말 꿈이라고 촉촉한 눈으로 얘기했었다.


스스로의 능력보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데 익숙한 그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이렇게 해보는 건 처음이에요..."

"제가 회사에서 이런 걸 하게 될 거라고는...(좋은 의미로)"라는 말을 종종한다.


경력도 있는 그가 아이가 된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팀에 들어와서 정말 좋다고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한다고 하는 그. 그는 늘 진심을 다해 그렇게 이야기 한다.


나 혼자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눈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볼 때마다 그를 실망시키지 않게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서 성과를 내며 인정을 받는 다는 게 개인에게는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주는 지, 얼마나 큰 일인지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그가 자주하는 말 중의 하나 더는 "우리 오래오래 해먹어요"인데 그 안에는 '지금처럼'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원한 것은 없고 특히 스타트업 팀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빨리 변하는 것 같다. 규모도 문화도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가끔은 두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야 할 것, 변화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무엇일 지 생각해본다. 나는 우리 팀이 시간이 지나도 서로의 성과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격려해주는 팀이 되면 좋겠다. 노력해서 가치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그 과정들을 알아봐 줄 수 있는 팀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조직문화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고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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