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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Jul 28. 2019

차장님의 승진축하 선물을 제게 주신다니요?

때는 HRD 담당 3년차, 승진자 교육 과정.

 2일차 교육을 마치고 회식을 하는데 SCM팀 차장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셨다. 따로 불러서 할 이야기라니... 교육 내용에 큰 불만이라도 있지는 않으셨을까 긴장하며 따라나갔는데, 글쎄 승진 선물로 받은 백화점 상품권을 내게 받으라고 하시는 거였다.


  회사와서 한 번도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는데 작년에 OO씨가 와서 팀 워크샵, 문화진단 같은 것도 해주고 좋은 교육도 만들어줘서 정말 좋았다고 . 사원이라서 이런 거 받을 기회도 없을 텐데, 팀 대표로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받으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 괜찮다고 그 말씀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고 나서야 사양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마케팅 담당자는 마케팅을 하고, 구매 담당자는 구매를 하는 것처럼 HRD 담당자가 월급을 받고 하는 일이 그냥 교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걸 '정말 고맙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마음에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나라면 나를 위해 돈을 벌어주시는 마케팅 담당자나 구매 담당자가 너무 감사해서 선뜻 내가 받은 승진 축하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마음이라도 품을 수 있었을까...



  몇 주간 반복되는 새벽 퇴근에 몸이 죽어나고, 과정 개발이 생각보다 잘 안 되서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렇게하지 라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말 몇마디와 마음이 마약 같다고 느꼈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잡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현업과 달리 돈도 못 벌어오는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내 일의 의미와 역할을 일깨워 주시다니.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받았던 교육도, 접하고 있는 콘텐츠도 넘쳐나는 시대이다. 이에 대한 고마움도 없고, 간절함도 적다. 반면,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충분히 교육의 기회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교육 업무를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하는 동안 만큼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배워서 교육이 정말 필요하지만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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