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전형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채용의 선발도구는 면접 전형일 것이다. 코멘토에서도 서류 전형이 끝나면 대부분 1,2차 면접에 걸쳐 인재를 선발하게 된다. 팀에서 다양한 직무를 선발하면서 채용과 관련해 여러가지 크고 작은 실험들을 했는데, 그 중 지금도 팀에 적용하고 있는 몇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A면접관 : 이 분 특이한 경험이 있네요. 왜, 이 분은 이런 경험이 있지. 진짜 신기하다.
*B면접관 : 아, 저도 이거 진짜 궁금했는데... 실제로 뭐 했는지 한 번 물어봐요.
*C면접관 : 이 분 학점도 높네요. 학점관리만 집중하느라 다른 활동들은 안 한 거 아닌지 물어볼까요?
여러 번 해봐도 할 때마다 막막한 게 면접 준비인 것 같다.
면접 준비는 대부분 면접관 스타일에 따라 진행되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풍부한 경우라면 수월한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 팀의 경우에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아 들고 면접 준비를 할 때, 각자가 인재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쏟아내고 이를 질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직무와 관련 없는 특이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보게 된다. 이렇게 면접이 진행되면 면접 후 그 인재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게 된 것 같지만 정작 채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못 내릴 때도 많았다. 정말 검증해야 할 것들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A면접관 : 이 분 전공과 관계없는 특이한 경험이 있네요. 주어진 것들만 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신 분일 것 같아요.
*B면접관 : 주도성이 정말 중요한 기준이니 이 부분을 꼭 검증해봐야 할 거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단순히 특이한 경험을 했다로 주도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또, 우리가 생각하는 주도성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역할을 확장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서요.
*C면접관 : 그러면 이 경험의 시작 동기와 목적은 무엇이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 노력이 있는지를 차례로 물어보면 어떨까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재상을 근거로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 역시 도움이 되었다.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에 대해 가설을 세우는 것처럼 인재에 대한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면접은 단순히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인재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자리가 된다. 예를 들어, 주도성이 채용 기준이라면 oo 경험이나 경력을 보았을 때 정말 주도적인 사람일지에 대한 가설을 세워보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질문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면접 질문은 한 명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하는 게 좋을까. 각각의 장,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 부분 역시 실험의 영역 중 하나였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할 때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었지만 면접의 논점이 간혹 흐려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 어떤 부분을 검증하려고 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놓치게 되어 검증해야 할 요소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면접 리드를 한 명 두고, 면접 리드만 진행을 할 경우에는 면접 리드가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 온 질문들을 바탕으로 논점을 대한 흐리지 않고 필요한 요소들을 검증하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면접 리드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인재를 검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재는 한 명의 면접 리드가 면접 준비 때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면접 질문 및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면접 리드가 준비해온 질문 후에 하지 못했거나 추가 질문들이 있을 경우에 다른 면접관들이 질문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면접 직후 면접관들끼리 면접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면접 직 후 논의를 진행하게 되면 면접 후의 느낌만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각자 판단을 내리기 전에 어떤 특정 면접관의 의견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특정 면접관이 리더라면 더욱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대표나 팀장이 이 인재를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를 미리 해버리게 되면 이에 대해 반박하기보다는 동조하는 쪽으로 의견을 내거나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면접이 끝나면 모든 면접관이 면접 평가표를 작성하고 면접 리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면접 평가와 리뷰에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어떤 면접은 긴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데 평가표 작성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현재는 면접 후 각자가 다음 단계 전형 결과(Pass or Fail)를 정해 리드 면접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리드 면접관은 이를 취합해 면접 리뷰를 진행합니다. 모두가 Pass일 경우에는 Pass인 사유를 정리하고 다음 전형에서 추가 검증 필요사항을 정리한다. Pass와 Fail이 섞여있을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 경우에는 서로가 판단한 근거를 가지고 채용 리뷰를 진행한다.
코멘토는 초기부터 모든 팀원이 함께 할 인재를 평가해 왔다. 리더 몇몇의 판단에 의해 인재를 앉히기 보다 모든 팀원들의 결정으로 함께할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이 7명에서, 10명, 20명으로 커지면서 모든 팀원이 인재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대한 많은 팀원이 면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인재를 선발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인재를 훨씬 깊게 리뷰할 수 있다. 합의된 채용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몇몇에 의한 평가는 인재를 보는 시야를 좁아지게 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관점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이 때, 여러가지 관점을 가지고 인재를 보게 되면 생각하지 못했던 가설과 포인트로 인재를 더 깊게 리뷰할 수 있다. 코멘토에서는 주니어, 시니어 가릴 것없이 면접 리뷰 과정이 정말 치열하다.
팀원들이 인재 선발 뿐만 아니라 육성 관점까지 고민하고 책임지게 된다. 대표나 팀장이 뽑은 인원이라고 생각하면 인재가 잘 적응을 못해도 리더 책임으로만 전가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발 단계부터 책임과 함께 권한을 주면, 어쩔 수 없이 그 인원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이후 적응까지 고민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인재 채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채용된 인재가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게 목적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심가치를 깊게 고민하고 내재화하는 효과도 크다. 코멘토에서는 주니어 때부터 직무와 상관없이 리드 면접관과 함께 면접에 참관하도록 한다. 면접 리뷰를 핵심가치에 의거해 평가하기에 연차와 상관없이 면접관들은 인재상을 엄청나게 고민하게 된다. 면접 후 매우 고통스러워 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은 이 인재상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깊게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회고들은 핵심가치 내재화 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도 큰 영향을 준다. 결국,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한 영향력을 가장 크게 발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럽 여행을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인사 분야의 대가의 옆자리에 앉아 3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동안 가장 궁금했던 채용을 잘하는 방법을 물어봤는데, 의외로 대답은 싱거우면서도 머리를 한대 치는 느낌이었다.
"채용과 검증에 시간을 쓰면 쓸 수록 더 채용 품질은 올라가요. 그런데, 사람들은 채용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지 않아요."
채용 리뷰를 하다보면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이 정도 했으면 이제 그만 결정하고 싶은 유혹에도 많이 빠지게 된다. 이 인재가 정말 우리 팀에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쉽지도 않고, 내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자격이 되나 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명의 적합한 인재가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지금 편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다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재를 한 명 채용하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을 가져오는 일일 지도 모른다. 어떤 회사에 취업해 생활을 한다는 게 그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업과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가져오는 것 이상의 책임감을 가지고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는 지는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원 적정성 검토부터, 선발도구의 다변화, 채용 성과 평가 등등 아직 해보고 싶은 것과 부족한 점들이 너무 많다. 또,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여러 좋은 팀들의 채용원칙과 방식, 실험들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 글 이전에 인재상과 채용평가표를 만든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peep/139
1,000명 정도 규모 회사에서 HRD와 조직문화를 5년, 현재는 20명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조직문화와 기타 등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과 관련한 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고민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