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4월에 6명 조직이었던 코멘토 팀에 조직문화 담당자로 합류했다.
첫 채용이었던 프론트엔드개발자 채용을 시작으로 지금은 20명이 넘는 팀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스타트업의 HR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뽑으라면 채용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팀에 주는 영향력도 엄청날 뿐더러 스타트업의 인재들은 대부분 오자마자 주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채용과 관련한 크고 작은 실험을 진행해왔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채용 업무를 처음 시작하는 담당자나 다른 스타트업 팀들에게 혹시라도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 그 동안 채용과 관련해 고민하고 실행해왔던 내용들을 공유해 보기로 했다.
성공적인 채용에 여러가지 정의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채용은 우리 팀의 인재상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다. A라는 조직에서는 인재였던 사람이 B라는 조직에서는 인재가 아닐 수도 있다. 막연하게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방식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재상이 아직 없거나 사업계획서를 위해 형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팀도 많은데, 입사 당시에도 우리 팀은 DREAM, ENJOY, LEAN이라는 인재상을 가지고 있었다.(지금은 통칭 LED라고 부른다) 또, 각각의 인재상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기술이 되어 있는 편이었다.
만약, 아직 인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인재상에 대한 기준부터 팀과 논의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재에 대한 기준 없이 채용을 진행하면 개인이 선호하는 인재상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할 뿐,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판단하고 합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 면접관 : OOO님의 면접 리뷰를 시작해볼까요.
*B 면접관 : 제가 보기에는 OOO님은 도전적인 부분이 없어서 좋은 인재가 아닐 거 같아요.
*C 면접관 : 제 생각에는 OOO님이 꼼꼼해보여서 좋은 인재일 거 같은데요. 꼭 데려가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D 면접관 : OOO님은 면접 시간 내내 좋은 인상을 줬고, 뭔가 같이 일하고 싶은 느낌을 줬어요. 저도 뽑아야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데요.
각자의 경험에 따라 어떤 사람은 도전적인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인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논의가 진행되면 각자가 인재를 보는 기준에 대해서만 열심히 설명하다가 다수결 투표 혹은 힘이 센 사람의 결정에 의해 인재를 선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사전에 합의된 기준이 있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면 아래와 같이 진행될 것이다.
[채용 기준에 의거한 평가 예시]
*A 면접관 : 사업개발자는 고객 중심 사고가 중요하다고 합의 했는데 OOO님은 이런 경험을 가진 것으로 보아 고객 중심 사고가 있는 사람처럼 보여요.
*B 면접관 : 저는 그 경험이 고객 중심 사고와 관련 있는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정말 주도적으로 고객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인재일까요? OOO님이 설명해주신 걸 보면 이전 회사의 사업개발 프로세스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이었을 뿐, 고객 중심 사고를 정말 가지고 있는 분인지는 더 검증해 봐야 할 거 같아요.
*C 면접관 : 저도 OOO님이 A라는 질문에서 답변한 것을 보면, 정말 고객 중심 사고를 가진 분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어요. OOO님이 고객 중심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다른 근거들이 있을까요?
인재에 대해 합의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검증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더 생산적인 채용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채용기준표도 없는 팀이 많은데 우리 팀은 "인재에 대한 의견 기술서"라는 채용 평가표를 가지고 있었다. 초기 버전의 인재에 대한 의견 기술서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이미 잘하고 있던 부분들
1. 채용 평가표(인재에 대한 의견 기술서)에 핵심가치가 평가 기준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2. 핵심가치 별 상세 설명이 기술됨으로서 평가자가 이에 근거해 검증하도록 돕게 되어 있었다.
3. 평가자가 각 의견에 대해 검증 결과를 내고 그 이유를 작성하게 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3번이었는데 인재에 대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근거를 계속 염두해두고 서류 평가나 면접에 임해야, 위의 사례와 같이 합의된 기준에 의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면접 평가표에서는 편의를 위해 역량이 있는 지, 없는 지 여부 정도만 체크하거나 평가표가 있더라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
1. 핵심가치는 담겨있지만 직무 별로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검증할 지 담겨있지 않았다
인재상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HR에서 일반적으로 역량을 구분할 때, 공통역량, 리더십역량(핵심가치), 직무역량으로 구분하는데, 우리 팀의 경우에는 공통역량과 리더십 역량은 핵심가치로 담겨있지만, 직무역량은 평가표에 빠져 있었다.
이 경우에 또 서로 암묵적이거나 각자의 기준으로 인재를 평가할 수 있으므로 직무전문성이라는 큰 기준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 결과, 코멘토에서는 어떤 인재이든지 직무전문성과 핵심가치라는 큰 두 가지 기준으로 인재를 평가하게 되었다. 직무전문성의 경우에 SW개발, 마케팅 등 직무마다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직무든 핵심가치는 꼭 부합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2. 핵심가치 중 우리가 실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담겨있지 않거나 검증 질문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초기 버전의 채용 평가표로 채용을 진행하고 논의하면서, 서로 핵심가치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또, 검증 질문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채용 단계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팀원이 총 8명이었을 때는 매주 컬처미팅을 1시간 씩 진행했었다. 컬처미팅 때, 채용평가표 기준을 고도화하는 세션을 약 4회에 걸쳐 진행했다. 매주 하나의 핵심가치를 놓고 공동 창업자들은 왜 이 핵심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실제로는 이 핵심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핵심가치를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2~3가지 정도의 세부 역량으로 분류를 했다. 그런 다음 세부 역량들을 채용 과정에서 평가할 수 있는 한 가지 질문으로 뽑아 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질문들을 적고 보니 하나의 질문에는 대부분 다음의 세 가지 요소, Attitude(태도), Action(행동), Result(결과 및 성과)가 포함되어 있었다. 핵심가치에 대해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역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질문을 뽑아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검증 질문을 업데이트한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8명의 초기 멤버들이 핵심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내재화하는데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다음 번 글에서는 채용 평가표를 가지고 실제 채용 과정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사전 준비, 면접 진행, 면접 리뷰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험한 내용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000명 정도 규모 회사에서 HRD와 조직문화를 5년, 현재는 20명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조직문화와 기타 등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과 관련한 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고민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