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은 3권의 책을 갖는 것이다.
하나는 무려 1년이 넘게 작업하고 있는 Clipidea의 지속가능보고서이고,
하나는 내 이야기를 엮은 책을 자가출판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비밀이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내 책을 한번 쯤은 꼭 갖고 싶었다.
지금도 아주 좋은 집이나, 좋은 차를 갖고 싶다는 욕망같은 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극히 적은 편인데, 네모낳고 작은 책을 책장에 한 번 꽂아놔보고 싶다는 욕망은 강하게 든다.
막연하게 40살 쯤이 되면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 2년 전쯤 부터는 서른이 되기 전에 써봐야지 했던게 서른이 넘어 버렸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간내서 써봐야지라고 했는데,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일기든, 블로그든 여기저기 싸질러 쓴 토막 글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차피,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은 것이 목적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팔려고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활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갖고 싶은 것이니 나에게 주는 선물로 내가 쓰고 내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니까 부담이 없다. 내가 대부분 재고로 쌓아두고, 관심있는 사람이 혹 있다면 나눠줄 용도랄까. 그리고 생각보다 요새는 자가출판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관련 특강도 출판업체들도 많이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반에서 지어줬던 별명은 문학소년이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수만명의 문학 소년, 소녀들이 오늘도 교실에 앉아있을까. 글로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노력은 하지 않았지만,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을 딛고 자기 만족성으로라도 작게 일을 벌이고 싶은 것은 여전히 그 때의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삼선 슬리퍼를 신고, 먼지 풀풀 나는 흙바닥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다가 교무실에서 호출하는 것을 듣고 달려갔다. 나에게 편지가 하나 와 있었는데, 발신지는 대전인데다 발신인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궁서체에 만년필로 쓴 듯한 한 장의 편지에는 '너의 글을 잘 읽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주기를 바란다, 나에게도 글을 쓰는 너 같은 손녀가 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상품권을 탈 목적으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 제출했던 글이, 당시 한겨레 신문과 연관이 있던 고등학교 선생님을 통해 신문에 기고된 적이 있었다. 아주 작은 한 켠에 있었던 글이었는데, 대전에 사시는 70이 넘으시는 할머니가 손수 편지를 보내주셨던 것이다. 나는 당시 그게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도 모르고, 편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어느날 비에 맞는 바람에 편지를 잃어버리고 답장도 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억, 기쁨, 고마움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살면서 여자에게 처음 받아 본 팬레터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의고사 치던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불러서 계속 글을 써보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던 국어 선생님. 1년 내내 국어시간마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던 선생님. 어쩌면 매해 모든 반에 들어가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들이 바람이 되고 희망이 되고, 꿈 같은 것으로 내게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달리는 블로그의 댓글들이 꿈을 지탱해주는 이유인 것 같다.
사실 작년에도 계획도 세우고, 작업도 진행했었지만 결국 여타저차 한 사정으로 미루고만 있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기저기 알리고, 지킬 수 밖에 없게끔 벼랑으로 밀어야 할 것 같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진행하는 과정을 기록해서 공유하고, 결과물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공유해보는 게 목표.
일단, 가제는 '훔쳐보는 일기장?'이다.
이렇게 써놨으니, 이제 진짜 분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