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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Jul 09. 2017

헤어지지 않은 채로 헤어지는 것에 대하여

헤어지지 않은 채로 헤어졌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헤어졌다는 것은 마음대로 연락할 수 없고, 연락해도 연락을 받지 않을 수도 있으며, 앞으로는 영영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헤어짐이라는 건 원래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나는 헤어짐이 너무나도 슬펐고 철저하게 무너졌었다.


나는 마음대로 연락하고, 연락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헤어지지 않은 기분으로 지금까지 맞닥뜨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헤어지지 않은 채로 헤어지지는 않았을까라는 무서움이 문득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왜 헤어 졌는지 그 당시에는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거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굉장히 사소한 일들로 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마음이 멀어져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사소한 일로도 싸우고 마음이 멀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권태로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치채지 못했냐고 물었다.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알고 있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내가 더 잘한다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식어버린 마음과 권태로운 눈빛 앞에서 모든 것이 희망적일 것이라고 믿는 눈빛으로 마주하는 마음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었는지. 그 눈빛이 다시 기억이 났다. 그리고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식어버림이 느껴졌던 일련의 행동들이 떠올랐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글도 한 동안 쓸 수 없었다. 식은 마음 속에서, 자존감은 떨어져만 갔고, 그 곁에서 더 잘할 수 있다기 보다는 잘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났다. 사랑을 속삭이던 글들은 일 년이 지나고서는 받을 수 없었고, 바다를 떠다니는 유리병 편지처럼 회신 없는 편지들만 계속해서 썼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외로움을 느꼈고,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이별이 아니면 피지 않았던 담배들을 꽤 오랜 시간 동안 물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서야 기억이 났다.


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보아도 너만한 사람도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어느새 다시 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헤어졌고, 같은 이유로 또 헤어질 것이다. 지금은 외로워서 그리워하지만, 만난다면 다시 행복해질 수는 없겠지. 서로 노력을 하려고 하다가 결국 식어버린 마음만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 시절에도 우리 모두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다시 돌아보거나 잡지 않고 그대로 놓아준 거겠지. 마음이 잊을지라도 머리로는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또 상처받고 상처주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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