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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y 12. 2018

퇴사고민 12주차_자발적 불효자

  결국, 스타트업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여전히 큰 산이 남아있었다. 부모님이었다. 어떻게 내 선택에 대해 설명을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전화로 먼저 이직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충분히 이직할 수 있는시기이고 부모님은 대부분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시는 편이었다.


어떤 회사야, 직원은 몇 명이야.


  아빠는 선배가 하는 개인 사업을 같이 하려고 하는 거냐고 물었다.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왜 그런 걸 하려고 나가려고 하는 거냐고. 지금은 너가 필요해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중에 어떻게 되는 지 아느냐고. 모든 건 아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30년이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해 온 아빠에게는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라고 많이 이야기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한 가지만 이야기 했었다.


사업같은 건 하지 마라.

  아빠에게는 지금 내가 하려고 한다는 일이 사업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위험도나 미래를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돈을 투자하지 않을 뿐, 지금 내 젊음과 기회들을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고 짜증만 내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나 때문에 한 숨도 자지 못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면 된다던 엄마마저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틀린 말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열살 소년처럼 밖에 이걸 설명하지 못하는지 답답했다.


굳이, 부모님 속까지 썩여가면서 거기를 가야해?


  나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기 보다는, 내 선택을 제대로 설명해 내지 못하는 내 스스로가 더 스트레스였다. 정말 내가 이걸 원하는 게 맞는 지, 그렇다면 왜 이걸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이렇게 흔들리고만 있는지. 질문은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다. "나 정말 가고 싶은 거 맞아?"

  얼마 안 있으면 설 연휴였다. 전화가 아니라 부모님과 마주하며 이 선택을 설명해야 한다. 부모님과 이야기 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나인데 이번 연휴 만큼은 몇 주라도 더 미뤄졌으면 싶었다. 그러고 얼마 있어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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