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09. 엔딩크레딧 없는 영화

by 이단단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여주인공 미셸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로워서 불행한 건지, 불행해서 자유로운 건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벨몽에게 계속 짜증이 났다. 그는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미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자유롭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서 느껴지는 매력 때문에,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헛웃음도 웃음이다!)


이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미셸과 벨몽의 대사가 가볍게 거리를 걸으며 난사되는 것처럼 보여도, 단순한 영화 속 철학이 아니라, 누구나 느끼는 삶 속 감정과 닮아 있다는 것을.


나는 어른이 되고서부터. 독립을 하고서부터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선택과 책임 사이에서 불안을 느껴왔다. 선택지가 많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순간의 충동을 따르면서도, 그 뒤에 남는 공허함과 불확실함은 나를 계속 흔들었다. 미셸의 대사는 바로 그 모호함을 짚어주었다.

자유는 때때로 불안과 함께 오고, 불행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벨몽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나는 영화 속에서 나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로맨스를 넘어, 자유와 불행, 책임과 선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다. 미셸의 대사는 내 불안함을 받아들이게 하고, 벨몽을 보면서도 자유로운 삶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지 않음을 상기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자유와 불안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경험임을 이해하고,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자신을 마주하는 법을 조금씩 배운다. 걷다가 멈추면, 내가 태어나기 전 아주 아주 옛날 이야기에서도 나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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