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08.겨울밤 한 그릇

by 이단단

가게 안에 들어서자 국물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투명한 국물 속 나란히 꽂힌 오뎅 꼬치들이 마치 작은 배처럼 떠 있다. 국물 위로 김이 오르며 조용히 흔들리는 국물 젓가락 대신 손에 잡은 내 온기가 그들을 스치면, 금방이라도 속살까지 따뜻해질 것만 같다. 한 모금 국물을 들이켜면 하루 종일 묵혀둔 피로와 긴장이 천천히 풀린다. 지나가는 사람들, 거리를 가득 채운 소음, 그리고 내 마음의 소란까지 이 작은 그릇 안으로 잠시 모두 담아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걷다가 멈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