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07. 저 많은 사람은 어디로

by 이단단

퇴근길, 인도를 보면 한산해 보이지만 도로는 여전히 꽉 차 있다. 나는 바퀴 달린 것에 올라타 얼른 집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더한다. 도로 위의 차들은 고무줄을 튕기는 것처럼 어떤 신호를 받고서는 뒤로 밀렸다가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볼 때마다, 문득 궁금해진다. 저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자신이 갈 길을 알고 가는 걸까? 흔들리며 방황하는 나에게는, 확신에 차 있는 발걸음들이 야속하다. 때로는 첫 번째 차선에서 과감히 유턴하는 사람마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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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넓고, 흔들리는 것들은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누군가와 같은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흔들리는 다리조차 길 위에서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지금 이 시간에도 흔들리는 다리로 길을 걷는 사람들이 어딘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건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하며, 같이, 또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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