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빛을 걷으면 빛
나는 테이프 세대가 아니다. 되감기 버튼을 누르며 기다린 기억도, 늘어진 음질을 참아가며 들은 밤도 없다. 그런데도 이 목소리는 이상하게 ‘기억’처럼 들린다. 내가 살지 않은 시간의 감정이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게 때로는 낯설다. 직접 겪지 않았는데도, 이미 잃어본 것처럼 아픈 순간들이 있다. 좋아하지만 차갑게 대하는 날 이해해달라는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인가. 가끔 시간을 뛰어넘는 감정이 눈으로 보이는 것만 같다.
걷다가 멈추면, 세대는 다르지만 외로움의 결은 닮아 있고, 노래는 그렇게 시간을 건너온다. 경험이 아니라 공명으로, 추억이 아니라 감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