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하루를 살아낸 사람
1월이 끝나가고, 시간의 흐름 속에 파묻혀 고요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맑은 아침 따뜻하게 집 안을 채우는 햇살 아래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완독 했다. 작품 속 오랑이라는 도시에 덮친 페스트 앞에서 인물들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특별히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낼 뿐이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216p)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다. 성실함은 결코 지루한 반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작지만 따뜻한 힘이기도 하다고.
365일 내내 거창한 일과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때때로 반복되는 일도 거대한 일로 느끼곤 하니까. 나 역시 그랬다. 쳇바퀴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 성과도 없이 되풀이되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얼마나 무료했는지. 그 무료함을 몇십 년 동안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득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온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오늘 카뮈의 『페스트』에서 배웠다. 페스트, 아니 무언가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오히려 하루를 살아내는 성실함이라는 것을.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는 햇살이 부서지는 구석, 작은 테이블 위에 옹기종기 놓인 화분이 있다. 누군가는 매일 누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물을 주고 흙을 다듬고, 빛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주며 생명을 돌본다.
도서관에는 책이 가지런히 쌓여 있고, 누군가의 기록과 생각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마스크 하나, 소화기 하나, 눈에 띄지 않는 배려와 안전도 함께 놓여 있다. 모두 하루를 지탱하는 작은 영웅들의 흔적이다. 큰 소리 없이 자신의 직분을 완수하는 이들 덕분에, 우리는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다.
카뮈의 『페스트』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거창하지 않아도 매일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고, 보듬고, 곁을 지킨다. 오늘도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옆에서 나도 조용히 단어를 고르며 글을 쓴다. 기사로 보낼 글, 취미로 적는 글, 그리고 이제 매일 성실하게 연재하게 된 이 글까지.
오늘 하루도, 보이지 않는 작은 손길과 마음 덕분에 조금씩 무사히 지나간다.영웅 별거 있나. 누군가 내 지루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어주거나 따뜻하게 배려해준다면 그 사람이 바로 오늘의 영웅인거지. 그렇게 서로의 하루를 지켜주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일상의 작은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