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2

22. 공백

by 이단단


세상은 때로 우리에게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 인색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그 닫힌 문 앞에서 느낀 공허함조차 결국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하나의 조각임을 이제는 안다. 남들이 가려둔 남의 것을 보려 애쓰기보다, 내가 이미 가진 나의 고요를 응시하는 법을 배우는 하루였다.
​광화문의 높은 빌딩 숲도, 차가운 신호등도 알려주지 않았던 답을 나는 이제야 내 방의 고요 속에서 기록한다. 오늘 내가 마주한 것은 타인의 거절이 아니라, 내가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나만의 공백이었다.

작가의 이전글걷다가 멈추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