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바쁜 시작
모든 게 느리게 시작되는 휴일 아침, 나는 아침부터 시스템 오류로 인정되지 않은 '1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바쁘게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순간순간 입학을 후회하는 마음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생명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움직이던 나에게 모니터 속의 박제된 강의는 너무나 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 어려운 민법총칙을 붙잡고 있는가?
하지만 형법 교과서를 펼쳐 요약 프린트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차갑던 마음이 조금씩 녹았다. 죄와 벌, 그리고 그 속에 얽힌 인간의 군상들. 그것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세상을 바라보며 수집하고 싶었던 파편의 규칙들이었다. 비록 강의는 불친절한 독백일지라도, 그 무질서한 정보들 사이에서 나만의 논리를 세워가는 과정은 묘한 승리감을 주었다.
오늘 나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지루함과 비효율을 견뎌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인내의 끝에 브런치라는 나만의 해방구로 돌아왔다. 책상 위엔 여전히 딱딱한 법전이 놓여 있지만.
아무튼,
오늘의 할 일, 드디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