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3

06. 우연한 빵집

by 이단단

​어디선가 인간관계는 빵과 같다는 글을 읽었다.
​빵은 온도가 전부다. 오븐에서 막 꺼낸 빵의 온기는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무장해제 시킨다. 하지만 그 온기를 영원히 붙잡아둘 방법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 빵은 식기 마련이고, 너무 오래 방치된 빵은 돌처럼 딱딱해져 결국 누구도 위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관계라는 반죽을 치대고, 적당한 온도로 익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어떤 반죽은 아무리 기다려도 부풀어 오르지 않고, 어떤 빵은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은 설익어 실망을 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안의 온도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맞지 않는 레시피였는지를 고민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딱딱해진 빵을 억지로 씹으며 입안이 허는 것보다, 과감히 식탁 위를 치우는 것이 나를 위한 예의라는 것을. 유통기한이 지난 관계에 미련을 두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신선한 오늘을 방치하는 일과 같다.


​오래된 기억의 책장을 정리하듯,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마음들을 하나둘 덜어낸다. 비워진 자리에는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겠지만, 그 공백이 있어야만 비로소 새로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스며들 자리가 생긴다.


​오늘은 그저 식어버린 것들을 담담히 배웅하려 한다.
내일은 내일의 온도를 지닌 새로운 인연이, 갓 구운 빵처럼 내 곁에 놓이기를 바라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연한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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