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우연한 빵집
어디선가 인간관계는 빵과 같다는 글을 읽었다.
빵은 온도가 전부다. 오븐에서 막 꺼낸 빵의 온기는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무장해제 시킨다. 하지만 그 온기를 영원히 붙잡아둘 방법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 빵은 식기 마련이고, 너무 오래 방치된 빵은 돌처럼 딱딱해져 결국 누구도 위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관계라는 반죽을 치대고, 적당한 온도로 익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어떤 반죽은 아무리 기다려도 부풀어 오르지 않고, 어떤 빵은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은 설익어 실망을 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안의 온도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맞지 않는 레시피였는지를 고민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딱딱해진 빵을 억지로 씹으며 입안이 허는 것보다, 과감히 식탁 위를 치우는 것이 나를 위한 예의라는 것을. 유통기한이 지난 관계에 미련을 두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신선한 오늘을 방치하는 일과 같다.
오래된 기억의 책장을 정리하듯,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마음들을 하나둘 덜어낸다. 비워진 자리에는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겠지만, 그 공백이 있어야만 비로소 새로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스며들 자리가 생긴다.
오늘은 그저 식어버린 것들을 담담히 배웅하려 한다.
내일은 내일의 온도를 지닌 새로운 인연이, 갓 구운 빵처럼 내 곁에 놓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