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3

10. 마음의 가녘

by 이단단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계획했던 공부는 늘어지고, 생각지 못한 고민이 불쑥 앞길을 막아선다. 이런 삶의 가탈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를 멈춰 세우지만, 돌이켜보면 그 가탈 덕분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내 발밑에 떨어진 파편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상 가녘에 흩어져 있던 무거운 생각들을 하나둘 정리해 본다. 어지럽게 널린 법학 판례들과 국어 문제집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오전의 나는 이제 없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고 나니 비로소 어깨 위에 내려앉았던 피로의 무게가 조금씩 덜어지는 기분이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비워지고 나면, 마음은 신기하게도 가붓해진다. 꽉 막혔던 문제가 풀릴 때의 그 경쾌한 기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나를 가볍게 들어 올린다.


​오늘 주운 이 세 단어가 내일의 나를 지탱하는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삶의 가탈에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의 가녘을 단단히 지키며, 매일 밤 가붓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는 그런 단단한 일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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