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전현무처럼

by 희재

'무스키아, 무든램지, 팜유' 이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나처럼 매주 금요일 밤 나 혼자 산다를 보는 사람일 거다. 처음에는 분량 확보를 위한 이벤트라 생각했는데 화가마다 고유한 화풍을 갖고 있는 것처럼 어느새 '무스키아'가 장르가 되면서 자신의 그림을 선물하기도 하고, 유명 식당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다 보면 긍정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느 순간 그는 MZ세대 문화를 쫓는 40대에서 '전현무'라는 사람 자체가 트렌드가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여자에서 나는 좋은 향기에 무슨 향수를 쓰는지, 키가 작은 내가 찾던 무릎 아래 길이 코트를 입고 지나가는 여자에게 그 코트는 어디서 샀는지 물어볼 용기가 없는데 나 혼자 산다 고정 멤버들이 가진 장점을 흡수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용기에 매번 감탄한다.

나 혼자 산다 멤버 중에서 패션에 일가견이 있다는 코드쿤스트와 함께 퍼스널컬러 테스트를 받고 옷을 고르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전현무 참 멋있게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처음은 낯설고 어려워서 자꾸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희재 님, 그런데 이건 새로운 경험이 아니지 않아요? 카페에서 독서와 글쓰기 잘하고 계시잖아요."


23년 12월 마지막 독서모임에서 질문을 받고 지난 시간의 나를 돌아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의 나는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카페를 방문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즐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사람, 익숙한 공간, 익숙한 맛에 머물고 있었다. 오래됨으로써 좋은 것도 있지만 오래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더 주저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성장 욕구가 높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 모임에서 에세이를 쓸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졌던 이유는 나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자꾸 과거에서만 제자리걸음하는 나의 이야기가 싫어서 글로 옮기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이 듦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북유럽 인테리어에 모던 미드센추리 가구를 얹는 그의 행보에 다른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웃음기 어린 타박을 해도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용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는 용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인드로 끊임없이 "MZ세대에서 유행이라잖아~"를 외치는 전현무를 보고 있으면 10대 아이돌 팬 위주의 음악 방송 프로그램 일일 MC를 마치고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요즘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내가 60이든 80이든 영(young)하다 생각할 수 있다."

24년은 기존에 했던 것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로 했다. 안전지대 같은 이 글쓰기 모임 밖에서 나라는 사람을 등록한 글로 밖에 알 수 없는 사람들 앞에 내 글을 공개하려고 한다. 조회수와 좋아요가 없을 수도 있고, 기존 글쓰기 모임에서 받은 다정한 댓글 대신 날카로운 댓글에 움츠러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알쓸인잡 2화에서 심채경 박사님의 말을 되새기기로 한다.

"사람이 행복 지는 게 어려우면서도 어찌 보면 단순한 게 가치판단의 무게중심이 내 안에 있으면, 무게중심이 천체 안에 있으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게중심이 천체 밖에 있으며 궤도가 계속 섭동이 되는 거예요. 저는 가치판단의 기준도 자기 안에 있을 때 안정적인 것 같아요. '좋아요'가 별로 없어도 괜찮고요."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실수해도 멎쩍지만 넘길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의 힘을 들이며 과거의 나보다 조금 과감해져 보는 시도는 '폼 미쳤다' 할 수 있는 일 년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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