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위한 호흡
가만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렇게 시작된다.
오늘도, 일상도, 요가도!
매트에 앉아 수련을 할 때 또는 수업을 할 때 항상 호흡을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어떤 스타일의 요가를 하든 상관없이 일단 가만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코 끝을 스치고 들어오는 호흡을 바라보고 코 끝을 스쳐 빠져나가는 공기의 흐름을 느껴본다. 호흡이 기도를 통해 몸속 깊숙이 들어와 아랫배를 살짝 부풀리고 호흡이 빠져나감에 따라 복부는 다시 가라앉는다. 호흡이 편안하게 느껴지면 조금 더 호흡을 깊게 가져간다. 호흡을 들이 아시면 아래 복부 깊숙한 곳부터 시작해 복부 전체와 흉곽을 부풀리고 가슴까지 채워진다. 호흡을 길게 내쉬면 가슴과 흉곽이 가라앉고 복부가 살짝 몸 안쪽으로 당겨진다. 편안한 상태로 내 몸이 부풀고 가라앉는 느낌에 집중한다. 긴장을 내려놓고 호흡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면 몸통뿐만이 아니라 골반과 다리를 통해 발 끝까지, 어깨와 팔을 통해 손 끝까지 호흡의 기운이 전달되어오는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게 내 온몸 전체가 호흡과 연결되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호흡하면서도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실 계속 이것을 의식해야 한다면 일상생활이 몹시 불편해질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루 종일 반복되어야 하는 호흡을 신경 쓰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마치 시험공부를 하는 중에 특정 노래의 후렴구가 자꾸만 떠올라 아무 글자도 읽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의 몸이나 감각이 필요에 의해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을 알아서 하고 당장 의미 있지 않은 감각을 약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도 뇌의 중요한 일 중 한 가지이다.
하지만 요가에서는 호흡을 자각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 평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쓰느라 우리가 하는 활동의 많은 부분을 뇌가 습관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의지한다. 걷는 것, 먹는 것, 마시는 것과 같이 의식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에 집중해서 이 습관을 다시 새롭게 들여다보고 지금 이 순간에 내 감각기관에 오는 반응과 내 몸의 반응 더 나아가 내 마음의 반응을 느끼며 온전히 현재에 머무를 수 있도록 의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 바로 명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습관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활동이 바로 호흡이며 대부분의 명상을 할 때 호흡을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가만히 호흡을 바라보면 호흡에 의해 내 몸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바라보면 물리적인 움직임뿐만 아니라 호흡이 내 몸속으로 속속들이 스며드는 감각도 느껴진다. 조금 더 바라보면 내 주변의 공기의 흐름도 나의 호흡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흡과 내 몸의 연결은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싼 기운(에너지)의 연결과 이어진다. 들숨을 통해 주변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날숨을 통해 나의 기운을 나눈다. 나와 이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감각, 이를 ‘알아차림’에서부터 요가가 시작된다. 나의 오늘도, 나의 일상도, 나의 삶도 이 '숨'으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도 더 많이 공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언하는 만큼 시작할 수 있다. 공언을 고스란히 현실로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결국 거기에서 좋은 것이 출발한다.
* 제현주, <일하는 마음> '선언에서 시작된다'
작년 말인지 올해 초인지 새로운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인스타에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하루에 하나 #오늘요가생활 이라는 태그를 달고 세 문장 정도의 짧은 글을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그 소재 중 하나를 골라 긴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프로젝트’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것에 좀 더 대단한 의미부여를 시킨 이유는 이것이 나의 의무, 즉 ‘일’로 이름을 붙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가는 나의 직업(돈벌이로써의 일)이자 취미이자 라이프 스타일을 이루어나가는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 요가 강사의 일은 소속이 명백했던 직장생활에 비해 항상 임시적인 상태에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곤 했다. 그래서 나의 일에 보다 분명한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해보기로, 동시에 일상 창작자가 되어보자는 작은 욕구도 함께 실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하루에 하나씩 쓸 말이 생각나지도 않았고, 살다 보니 이것저것 다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그 끈을 놓지는 않고 있었고 이렇게 브런치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이렇게 다시 ‘시작’을 해본다. 얼마나 소소할지 거창해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꾸준히 이어나가 나만의 이야기가 엮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무언가 좋을지도 모르는 것을 출발하기 위해 이렇게 공언해본다. 일상 요가 생활 연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