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의 나는,
취업이라는 숙제를 끝낸 뒤
사회가 그어 놓은 선을 따라
이젠 결혼이라는 다음 칸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란 것이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게임처럼 느껴졌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길 위를 걷고 있었다.
몇 해를 함께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했다.
우리는 내가 태어난 무렵에 지어진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 반전세로 입주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복도였고,
겨울이면 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거실을 금세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내는 복도식 아파트가 처음이라 했다.
낯설고 불편했을텐데도,
우리는 그 집을 함께 꾸미며
조금씩 온기를 불어넣었다.
신혼의 설렘 속에서 방산시장에 나가
벽지와 장판을 함께 고르고,
낡은 화장실엔 직접 페인트칠을 했다.
서툰 손길이었지만,
그 시간들엔 우리가 있었다.
그 집엔
우리 둘이 만들어낸 시간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쌓여갔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고,
계절이 바뀌는 일조차 설렜고,
사소한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아내와 나는 평일엔 각자의 일터로 향했고,
저녁이면 함께 장을 보고,
주말이면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삶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맞벌이 덕에 수입은 늘었고,
둘이라는 든든함 덕분에
저축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쌓여갔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 꾸려가는 삶.
그 삶을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은 점점 조급해졌다.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언젠가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로서,
나는 더 멀리, 더 오래 이 삶을 지켜내고 싶어졌다.
단순히 ‘모으는 것’만으로는
이 삶을 지킬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 돈을 더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나를 ‘투자’라는 새로운 여정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