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초심자의 행운, 그리고 착각

by 어벤준


코로나로 세상이 뒤흔들리던 날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주식시장 곳곳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혼란 속에서,

나는 인버스 ETF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2천만 원.

내 생애 처음,

근로의 대가가 아닌 수익이

통장에 조용히 찍혀 들어왔다.


손끝의 클릭 하나가

수년의 저축보다 빠르게

내 자산을 움직여 놓았다.


처음 맛본 이익은 짜릿했다.

내 안에 숨어 있던 ‘투자자’라는 자아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깨어났다.


차트를 읽고, 타이밍을 재며

예측이 맞아떨어질 때 느끼는 쾌감.

그때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이게 돈 버는 감각이구나.’


마치 시장의 흐름을 꿰뚫은 것 같은 착각.

그 착각은 내 자존감을 은근히 부풀려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초심자에게 잠깐 허락된, 얄팍한 행운이었다.


시장은 곧 반등했고,

그래프는 우상향을 시작했다.

나는 그 흐름을 인정하지 못했다.


계속 반대로 베팅했고,

매일같이 조금씩 잃어갔다.

그 소액의 손실들이

내 감정과 자존심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시장조차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익절은 조급했고,

손절은 늘 늦었다.


그렇게,

1억이 사라졌다.

내가 십 년 넘게 모아온 돈의 절반이.


하지만 그건

단순한 숫자의 손실이 아니었다.

나는 진짜,

시간과 감정을 잃고 있었다.


회사에선 집중하지 못했고,

보고서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른 건

계좌의 잔고였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 질문만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퇴근 후엔 멍한 시간이 이어졌고,

밥맛은 사라졌으며,

웃음도, 의욕도 함께 사라졌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예민해졌다.


사소한 말에 짜증이 났고,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났다.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그 미안함조차

표현할 힘이 없었다.


그렇게 무너져가던 어느 날,

아이가 찾아왔다.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나의 아들, 준.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숨이 멎을 만큼 벅찼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작은 온기를 가만히 느꼈다.


나를 붙잡아줄 이유가 필요했던 나는,

그 아이에게 붙들려 살아났다.


책임감이 아니라,

그 아이의 존재가 나를 살게 했다.


그 순간, 나는 마음 깊이 다짐했다.

절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아이를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그 다짐은

무너져 내리던 내 안의 탑을

다시 쌓아 올릴 이유가 되어주었다.


“난, 절대로 무너지지 않아.”


정말 아이를 위해 일어선 걸까.

아니면, 아이를 핑계 삼아

스스로를 붙잡으려 한 걸까.

지금도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시절의 나에게는

버틸 이유가 필요했고,


그 시절, 나를 일으킨 건 다름 아닌,

아이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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