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심한 복수 - 말띠이야기
무사히 귀환한 큰아이가
제 책상에 앉아 먼발치에서 묻는다.
“엄마, 강도는 뭐고 도둑은 뭐야?
뭐가 다르지?
난 비슷한 것 같은데…”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온 나는
괜히 한마디 던져본다.
“왜~
네가 강도인지 도둑인지 궁금해 그래?”
잠깐 생각하다가 설명을 붙인다.
“강도는 사람을 해치고 물건을 빼앗는 사람이고,
도둑은… 몰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일걸~?.”
그리고 덧붙인다.
“음…
엄마가 보기엔 넌 도둑의 결인 것 같아...
엄마를 해치진 않았잖아~~”
ㅋㅋㅋㅋ.
그러자 아이가 아주 노발대발이다.
“아니거든!!!!
영어 단어 외우는 중이었거든!!!”
아구… 그래쪄요.
기특하네. ㅎㅎㅎㅎ
한참 단어를 외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내 옆에 붙어 재잘댄다.
“엄마, 근데 할머니 댁에 갔는데
할머니가 자꾸 나한테
귀양 왔다고~~
계속 말씀하시잖아~~
아 진짜 너무 듣기 싫었어~~”
아… 그랬어?
“근데 귀양 맞잖아.
진짜 찰떡인데? ㅋㅋㅋㅋ”
그러다 문득 헷갈린다.
“근데 귀양이 맞나…
귀향이 맞나?
어? 갑자기 궁금한데??
찾아보자!”
아… 귀양이 맞네.
“근데 귀양이랑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뭐더라…
피접!
피접 한번 검색해 봐 ㅋㅋㅋ”
“아… 피접은
더위나 추위를 피해서 가는 거구나…”
“그럼 넌 피접은 아니네~”
그럼 또 뭐가 있더라?
“아하…
좌천~ 유배~
와, 좋은 단어 많네~~~”
나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열심히 찾아대는데
딸내미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아니라고!!!
그런 말 하지 말라고!!!”
ㅋㅋㅋㅋ.
“근데 너…
귀양 간 거 맞아?
엄마가 듣기엔
휴양이었던 것 같던데… ㅋㅋㅋㅋ”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이가 시인한다.
“…어. 휴양 맞았던 것 같아.”
아휴.
이렇게 깔깔깔 웃어대다가도
문득 걱정이 툭 떨어진다.
너무 친구처럼 웃어넘기는 이 방식이
아이에게 과연 좋은 가르침이 될까,
내가 잘 가고 있는 건 맞는 걸까..
정답은 없다지만
하루하루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헷갈리고,
고민하고,
후회한다.
짓궂고 철없는 건
아이보다 나인데,
그런 내가 아이를 키우자니
영 쉽지가 않다.
부족한 엄마 아래서 자라더라도
마음만은 모자라지 않은 아이로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