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손님 ④

엄마의 소심한 복수 - 말띠이야기

by 다이룸맘

무사히 귀환한 큰아이가

제 책상에 앉아 먼발치에서 묻는다.


“엄마, 강도는 뭐고 도둑은 뭐야?

뭐가 다르지?

난 비슷한 것 같은데…”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온 나는

괜히 한마디 던져본다.


“왜~

네가 강도인지 도둑인지 궁금해 그래?”


잠깐 생각하다가 설명을 붙인다.


“강도는 사람을 해치고 물건을 빼앗는 사람이고,

도둑은… 몰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일걸~?.”

그리고 덧붙인다.


“음…

엄마가 보기엔 넌 도둑의 결인 것 같아...

엄마를 해치진 않았잖아~~

ㅋㅋㅋㅋ.


그러자 아이가 아주 노발대발이다.

“아니거든!!!!

영어 단어 외우는 중이었거든!!!”


아구… 그래쪄요.

기특하네. ㅎㅎㅎㅎ


한참 단어를 외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내 옆에 붙어 재잘댄다.


“엄마, 근데 할머니 댁에 갔는데

할머니가 자꾸 나한테

귀양 왔다고~~

계속 말씀하시잖아~~

아 진짜 너무 듣기 싫었어~~”


아… 그랬어?

“근데 귀양 맞잖아.

진짜 찰떡인데? ㅋㅋㅋㅋ”


그러다 문득 헷갈린다.

“근데 귀양이 맞나…

귀향이 맞나?


어? 갑자기 궁금한데??

찾아보자!”


아… 귀양이 맞네.

“근데 귀양이랑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뭐더라…


피접!

피접 한번 검색해 봐 ㅋㅋㅋ”

“아… 피접은

더위나 추위를 피해서 가는 거구나…”

“그럼 넌 피접은 아니네~”


그럼 또 뭐가 있더라?

“아하…

좌천~ 유배~

와, 좋은 단어 많네~~~”


나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열심히 찾아대는데


딸내미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아니라고!!!

그런 말 하지 말라고!!!”


ㅋㅋㅋㅋ.


“근데 너…

귀양 간 거 맞아?

엄마가 듣기엔

휴양이었던 것 같던데… ㅋㅋㅋㅋ”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이가 시인한다.


“…어. 휴양 맞았던 것 같아.”


아휴.


이렇게 깔깔깔 웃어대다가도

문득 걱정이 툭 떨어진다.


너무 친구처럼 웃어넘기는 이 방식이

아이에게 과연 좋은 가르침이 될까,


내가 잘 가고 있는 건 맞는 걸까..


정답은 없다지만

하루하루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헷갈리고,

고민하고,

후회한다.


짓궂고 철없는 건

아이보다 나인데,

그런 내가 아이를 키우자니

영 쉽지가 않다.


부족한 엄마 아래서 자라더라도

마음만은 모자라지 않은 아이로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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