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손님 ③

꼬치집에서 들통난 속내-말띠이야기

by 다이룸맘

배짱 두둑한 새벽손님이

스스로의 일정을 소화하러 온 날,

미처 챙겨 가지 못한 학원 책을 전해줄 겸

잠시 접선의 시간을 가졌다.


마침 동생과 함께

수학 학원을 막 나오는 길이었나 보다.

최애 간식인 염통꼬치집을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한

아쉬움이 걸음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못 이기는 척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염통꼬치집에 들어갔다.


세상에. 아주 이 동네 통이다.

최소 오천 원어치만 판다는 염통꼬치를

돈은 없는데 너무 먹고 싶다며

사장님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그동안 천 원, 이천 원씩

기별도 안 가는 기름칠을

꾸준히 해왔던 모양이다.


사장님과 주고받는 말투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누가 봐도 단골 티가 난다.


그러더니 이내

아주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사장님, 저 이제부터

엄마를 언니라고 불러야 돼요.

집에서 쫓겨났거든요.

이제 할머니 집에서 살아요~”


그리고는

두 살 터울 동생을 가리키며

자기가 이모란다.

날 보며“언니~”하더니,

제 동생을 보면서

“조카~~~~”라고 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동생 녀석이 잔뜩 골난 표정으로

나한테 이른다.

“엄마! 언니가 나한테 욕했어!!

‘조까’래!!”


큰일이다. 구멍 난 문해력.

이 벽을 또 어찌 넘을 것인가...


'조카' '조까'로 듣는 이 상황.

'웃프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다.


둘째의 확신에 찬 표정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사장님은 애써 웃음을 참는다.


그때 사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아유, 둘째는 엄마를 꼭 닮았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우리 집 명물 첫째 녀석이 바로 받아친다.


“저는 형부를 닮았어요~~”


엥? 한참을 곱씹다 보니

아… 지 아빠를 형부라고…;;;


나참.

당황한 사장님 얼굴을 보자니

괜히 내 얼굴이 다 뜨거워졌다.


반성은 택도 없고

아주 호적까지 파갈 기세다.

참말로…

어느 종자에 어느 배에서 나온 건지..

명물이 따로 없다.


귀양은 이미 텄고,

종종 휴양을 가실 기세다.


그나저나… 어쩌나.


우리 엄마, 아주 제대로 코가 꿰인 것 같다.

앞날이 좀…

아니, 많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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