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속>
아무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안다고 착각한다. 마치 ”나는 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훤히 알게 된다면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얼마 전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냥 안부 전화겠거니 생각했는데 할 말이 있었나 보다.
“너 요즘 지현(가명)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 나 솔직히 좀 마음에 안 들어. 이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지현이가 예전에 너에 대해서 안 좋게 얘기한 적이 있어. 네가 너무 착한 척하는 것 같다고.. 친하게 안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순간 기분이 확 상했다. 나에 대해서 나쁘게 말했다는 지현이에게도 , 그 말을 전해준 친구에게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 친구는 나를 아끼는 마음에 그 말을 전해준 것일까? 그냥 모른 척 참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들, 나의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감정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판단하는 그 모든 것들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지나가다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겉으로는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자다가 일어났나?
머리는 왜 이리 부스스하고 낯빛은 칙칙하지?
눈 마주치지 않았으면 못 본 척 지나가는 건데.
평소에 그렇게 친하지도 않잖아.
그래도 반가운 척 인사하고 지내는 게 사회생활 하는 게 여러모로 좋아. “
회사에서도 상사 앞에서 늘 존경심을 표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만 뒤돌아서면 욕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장XX 지가 하기 싫은 일을 왜 나한테 시키는 거야”
“꼰대XX 지가 뭔데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고! 잔소리 좀 그만해.”
아무리 솔직한 것이 미덕인 시대이고 감정표현에 있어서 거침없는 세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품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모두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아주 상처투성이가 될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는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기를,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 적이 있다.
하지만 상대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을 , 혹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하루라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 결과 좋은 점들만 발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점을 더 잘 끄집어내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나의 단점에 대해 대놓고 지적하면 마음이 상하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솔직한 마음은 숨긴 채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무조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라는 게 아니다.
사람을 좋게 바라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 나는 사람을 선하게 보고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대의 속마음을 알았을 때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상대의 속마음을 의심하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낫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걸 알려고 하지 말자.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이에도 마음을 다 드러내놓고 보여주면 그만 질려버리고 만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옛말이 있다. 살아갈수록 더욱더 공감되는 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해 너무 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크게 상처받을 것도 없다. 그저 사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나는 덧 붙여 말하고 싶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고 사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