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뚜막 고양이 Jan 05. 2023

<순간의 힘- 칩 히스, 댄 히스>

평생 기억에 남는 사람

우리는 누구에게나 평생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 말이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몇 명의 선생님들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 담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이다.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나의 마음 깊숙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날 선생님께서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나는 당시 반장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선생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그래서 훈계를 하시려고 나를 따로 부르신 거라 생각하고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죄인처럼 선생님 앞에 앉았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지금 나온 성적으로는 명문대에 가기 어렵다고 설명해 주시면서 덧붙여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너는 빽이 든든하니까

선생님은 걱정하지 않아.”


 “네?????”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나는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놀란 얼굴로 되묻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너희 부모님께서 목회하시니까 널 위해서 얼마나 많이 기도하시겠니~하나님께서 너를 팍팍 밀어주실 텐데 무슨 걱정이야~”


그 말씀이 20년도 더 지난 지금의 내 귀에도 쟁쟁하게 울리는 듯하다.

사실 그때 당시 나의 부모님은 고등학교조차 없는 한 섬마을의 작은 시골교회 목회를 하고 계셨다. 자녀들조차 제대로 돌보시지 못한 채 교회일에만 헌신하신 분들이다. 경제적으로 든든한 빽이 있은 분들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서 언니들과 서울에서 지냈다. 선생님께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앞에 두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려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이다.

선생님께 잔뜩 혼쭐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따뜻한 선생님의 말씀에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서울 생활을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때때로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의 그 말씀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짧은 몇 분의 시간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순간”인 것이다.


칩 히스, 댄 히스의 “순간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누군가의 인정과 지지를 통해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상황을 “긍지의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긍지의 순간은 우리가 지닌 최선의 모습을 드러낸다. 용기를 무릅쓰고, 남들에게서 인정받고, 도전을 극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긍지의 순간은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까? 비결은 단순해 보인다. 열심히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재능을 발굴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으며, 성취는 곧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토록 단순하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 보면 이런 조언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든 간에 긍지의 순간이 탄생하는 것은 대개 “다른 사람이 우리의 역량을 알아봤을 때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타인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결정적인 순간을 창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번은 나에게 이런 일도 있었다.

나는 교회에 소속된 중창단에서 16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화요일 오전이면 2시간씩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러 연습실에 모인다. 매주 연습을 통해서 준비해둔 곡을 무대에 선보인다.

우리 중창단은 교회 예배 순서로 특순을 서기도 하고, 군부대나 교도소 같은 외부 행사에 특순으로 나가기도 한다.


7년 전쯤 우리 중창단에 새로운 지휘자님이 오시게 되었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시고 이탈리아 유학을 마쳤다는 엄청난 스펙의 소유자 셨다.


원래 성악을 하는 분들은 특유의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자신감 넘치듯 한 조금은 거만한듯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새로 오신 지휘자님은 거만하기는커녕 조금은 수줍은 듯이 웃으시며 작고 예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얘기하시는 것이 인상적인 분이셨다.


사실 새로운 지휘자님이 오시기 전에 나는 알토 파트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연습 시간 내내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소프라노 파트의 연습이 웬만큼 된 이후에 맞춰보는 용도? 정도로만 역할을 했던 것이다. 내가 그곳에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려울 만큼 나의 역할은 미미했다.


새로운 지휘자님께서는 오시자마자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하시고, 방치되는 파트 없이 조화롭게 연습을 시켜주셨다. 그리고 혼자서 불러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제공해 줌으로써 무대에서 떨리는 것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게다가 파트를 재조정하셔서 나도 10년 만에 소프라노에 도전하게 되었다. 높은음을 내야 하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멜로디를 내는 것은 참 매력이 있었고, 높은 소리를 내지르다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도 좋았다.


그리고 지휘자님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참 예쁜 목소리를 가지셨어요. 소리가 잘 들리도록 배에 힘을 꽉 주고 소리를 좀 더 멀리 내보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다음번 무대에서 지휘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소리를 멀리 보내려고 노력하자 바로 피드백을 주셨다.

“ 제 바로 뒤에서 부르는데도 큰 소리로 자신감 있게 부르시더라고요. 정말 잘하셨어요.”


이런 식으로 우리 모든 중창 단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용기를 북돋워주셨다.  우리 지휘자님이 오시고 1년쯤 지나자 여기저기 칭찬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중찬단의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아마 지휘자님께서 우리들에게 긍지의 순간을 만들어주신 덕분일 것이다.


우리도 삶 속에서 타인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일에 일조할 수 있다. 우리 중창단 지휘자님께서 그렇게 하셨듯이 말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슬룹이라는 학생은 선생님께 인정받았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온 세상을 가진 것만 같았어요.”


“그 해 여름방학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그녀는 번데기가 부화하는 듯한 탈피를 경험했다.

“빛줄기를 따라 고치를 찢고 나와서 아름다운 나비로 새로 태어나는 경험이었어요.”


겨우 몇 분의 경험이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순간 중심적인 사고를 통해서 인생을 더 풍부하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는 분명 영향력을 미치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을 통해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때로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굿윌 헌팅”이라는 영화 속에서 천재소년을 알아보고 이끌어주었던 MIT 교수님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긍지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자신이 세워 놓은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대화에 나가서 상을 받는 순간, 최우수 사원으로 뽑히는 순간 같은 상황 말이다.


타인을 위해 긍지의 순간을 창조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서 가장 간단한 것은 “ 그들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인정해 주고 칭찬해 줌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에 평생 따뜻한 기억을 심어줄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오늘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 누군가에게 (직장의 부하직원, 가르치고 있는 학생, 자녀들, 배우자)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