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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n 10. 2023

정신과 의사의 아주 사적인 공간

새로운 공간의 시작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한다. 2년 전 내 이름으로 된 의원을 열면서 병원 이름으로 된 블로그와 인스타를 함께 열고 이런저런 글들을 적어갔다. 그러면서 나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해소가 되려나 싶었는데 그건 나의 오판이었다. 정신과 의사는 다른 과와 다르게 환자와 깊은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환자에게 나의 개인 정보를 알릴 수 없다. 신나게 글을 쓰다 보면 민감한 개인 정보 혹은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끼어들어 저장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임시저장으로 남긴 글들이 쌓여버렸다. 그러던 중 발견한 브런치 스토리. 여기다!!

 


잠시 멈추었던 글을 다시 써볼까 한건 오월의 어느 날 작은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병원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나 남에게 꽤나 많이 위협이 되기도 하는 사람도 온다.

내가 일하는 곳은 다행히도 대부분은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 혹은 학생이고, 잠시 우울, 불안에 빠져 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래서 방심하고 있었던 거 같다.

여러 개의 별을 달고 있는 그는 대기실에서 약간의 소란을 일으키고, 직원들에게 무례함을 보인 후 진료실 문 앞에 서서 약만 그대로 달라고 소리를 쳤다. "오늘 약은 똑같이 드릴게요.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행동하시면 안 돼요~" 내가 한 대답은 단 두 문장이었다.

조용히 나가는가 싶었던 환자는 씩씩거리며 돌아와 다시 진료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와 동시에 내 심장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면 환자가 어떻게 하든지 이해해 줘야지 왜 그렇게 뭐라고 하는 거예요? @#$%~~~"

심장이 벌렁거리고 얼굴은 달아오르고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상황을 설명하고, 오늘은 대화가 되지 않을 거 같으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환자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 떨리는 손으로 비상벨을 누르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경찰이 와서 겨우 상황이 종료가 되었지만, 퇴근길이 무서웠다.

그리고 이어져 떠오르는 아이들 얼굴.



두려움의 순간 떠오른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목이 메였다. 앞으로 혹시나 뉴스에서 보던 그런 무서운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채우자 뭐라도 당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진료실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엮어 아이들에게 남기자 했던 다짐이 떠오르며 지금 당장 글을 쓰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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